금융구조조정에 64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으나 해당 금융회사는 물론 정부도 별로 달라진게 없다.

공적자금이 들어가 국유화된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인 경영혁신보다 정부에 의존하려는 성향만 키우는 모습이다.

정부는 대주주로서 감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또 금융계에선 부실 금융회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못지않게 정부당국자들도 총체적인 모럴해저드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해말과 올초 한국 대한투신에 공적자금 3조원을 넣을때 투신이 정상화된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고 나서 불과 4개월만에 무려 5조원 가량을 더 넣기로 결정했다.

애당초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넣지 않는 바람에 공적자금부담만 커졌다.

시장에선 8조원을 넣어도 투신문제가 완전히 정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투신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정부가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도 쏙 들어갔다.

금감위는 지난해말 한국 대한투신 경영진을 문책했지만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감원 등 자구노력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투신부실의 원죄는 지난 1989년 12.12 증시 부양조치를 단행한 정부에 있다.

하지만 이제껏 정책당국자들이 투신문제에 책임을 졌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공적자금 먹는 하마가 된 투신사들도 문제다.

정부 공적자금 투입방침이 감지되자 펀드 부실을 청소하면서 부실을 부풀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한과 한국투신의 경우 26일부터 정밀실사를 해보면 정확한 부실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조5백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은 대한생명은 자산부족분 1조5천억원을 더 메워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대한생명이 매달 들어오는 보험료 수입이 짭짤해 자산운용에 애로는 있어도 이익을 내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지적한다.

한빛은행은 5조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받고 정부와 경영개선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말 3급이상 직원의 연봉제 실시계획은 노조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정부는 사정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한빛 조흥은행과 맺은 MOU를 완화해 줬다.

제일은행은 미국 뉴브리지에 넘어갔지만 최근 명퇴금으로 퇴직금에다 24~30개월치 임금을 얹어줘 논란을 빚었다.

정부책임자들의 모럴해저드도 최근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장관들은 총선전 기회있을 때마다 "공적자금은 더 필요없고 최대한 회수해 사용하겠다"고 되뇌였다.

이런 발언은 오는 6월 국회에서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공론화될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야당은 동의해 주는 조건으로 관련자 인책을 내세우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공적자금 사용내역 및 회수 등을 감시할 민간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