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로 예정된 대우자동차 매각은 한국차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메가톤급 변화를 가져온다.

대우차매각은 세계자동차시장재편의 결정판으로 메이저들사이엔 "대우를 먹는자가 왕좌에 오른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삼성이 단일브랜드로 국내에 제한된 시장을 갖고있는데 반해 대우는 승용.상용을 망라해 30여개에 육박하는 차종에 해외 11곳에 생산거점을 갖고있다.

대우는 기아를 인수한 현대와 더불어 한국차산업의 양대축이다.

대우는 북미 서유럽지역(선진국)을 제외한 제 3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판매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우차 매각은 향후 10년간 국내외 자동차업계의 판도 변화를 가늠할 태풍의 눈"(오규창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대우가 어떤 업체에, 어떤 조건으로 팔리느냐다.

대우차 매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비전 확보와 고용의 안정성, 협력업체의 발전 등으로 집약된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고는 어떤 형태의 매각도 곤란하다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해외업체 단독인수=GM과 포드는 이달말을 전후로 국내에서 기자회견 등 대대적인 인수전을 펼친다.

GM은 잭 스미스 회장이, 포드는 웨인 부커 회장이 직접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가 이들 해외업체에 넘어간다면 현대 기아등 국내업체들은 당장 내수시장에서 타격을 받는다.

이는 국산차업체들이 세계시장경쟁에서 위상약화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세계자동차 질서재편과정에서 메이저와의 줄서기(전략제휴)를 해야하는 국내업체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불리한 조건으로 해외 메이저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할 수 밖에 없고 한국차산업은 메이저들 틈에서 ''명함''도 못내미는 처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자의반타의반''도 아닌 순전히 ''타의''에 의해 글로벌 시스템에 편입되는 꼴이다.

우선 GM이나 포드가 인수할 경우 대우의 기존판매력과 메이저의 브랜드파워가 시너지를 낼 경우 머지않아 내수시장에서 대우의 점유율은 최소 10%이상 상승할 것으로 시장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현재 대우차의 시장 점유율은 23-24%선에 머물고있으나 외국에 인수되면 레간자 라노스 누비라등 3개 신차종이 동시에 출시됐던 97년초의 33%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외국업체들이 RV(레저용차)를 중심으로 신차들이 대거 투입하면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이어 우수한 연구개발(R&D)능력과 생산성을 기반으로 현대-기아의 과점체제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게 분명하다.

해외매각은 단순히 내수시장 몇 %를 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물론 국내업체의 활발한 해외공략에 비춰볼 때 내수시장을 상당부분 외국에 내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우차를 외국업체가 독식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산자동차산업의 기반이 위협받는 사태가 빚어질 우려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해외매각의 장점으로는 금융논리와 별도로 경쟁체제 구축과 선진경영시스템 접목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영국의 경험등을 보면 "정부나 채권단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미국계를 끌어들여 토착화시킨 경우는 독일(오펠)일본(마쓰다등)뿐이다.

한국이 독일과 일본의 성공케이스를 거울삼아 외국기업의 대우차독식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는 정부나 채권단의 판단은 "난센스"라고 산업사이드의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산업연구원의 이 분야 전문가는 "다국적기업의 행태에 대한 공부가 전혀 안돼있거나 한국의 글로벌경제수용태세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대우차처리를 주도하고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최근 영국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BMW가 로버경영에서 손을 뗀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단순히 다국적 기업의 전략적차원에서 이뤄진다면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전략제휴와 대우처리 연계=현대가 대우를 인수한다면 일단 연산 4백만대 체제를 구축, 준메이저로서 독자생존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또 국내시장을 평정한 힘을 바탕으로 한결 유리한 위치에서 메이저들과 전략제휴협상을 할 수 있다.

물론 대우차를 인수한 현대의 독자생존 능력에는 의문이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우 자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외국업체에 맏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다임러와 합병하기 전인 90년대 중반까지 독자생존을 위해 전체인원을 13만명에서 7만명으로 줄인 적이 있다.

따라서 현대가 대우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잠재우려면 공격적이고 확장적인 경영을 펴야하는데 국내외 여건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해법으로 최근들어 현대의 해외전략제휴문제와 대우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현대는 어차피 홀로서기 불가능하고 최소한 빅3(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중 하나와 손을 잡아야하기때문에 제휴파트너와 함께 대우인수에 나설 경우 해외자본유치효과와 국산차입지확보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산업사이드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라 최근들어 현대의 다임러 크라이슬러와의 제휴추진이 흘러나오고있다.

다임러는 특히 GM 포드와 달리 기술을 중시하고 노하우 경영참여에 관대한 경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조일훈 기자 jih@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