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5월 (주)쌍용 기획실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벤처회사로 자리를 옮긴 L(37)씨는 최근 회사측에 컴백할 수 없겠느냐는 의사를 전해왔다.

위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등으로 조직이 어수선할 때 과감히 벤처행을 택했지만 새 삶에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노동 강도는 옛 직장보다 훨씬 세고 보수는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회사가 코스닥에 등록해 목돈을 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짓눌리곤 했다고 한다.

마침 옛 직장 동료를 만나 얘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회사를 떠났던 직원중 되돌아온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옛 상사인 최형진 기획부장에게 재입사가능 여부를 묻게 된 것이다.

최근 수익성 위주로 신사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주)쌍용은 기획인력 보강차원에서 L씨의 재고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을 떠나 중소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던 직장인중 "원대복귀"를 희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들의 재고용 여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할 정도로 복귀를 원하는 직원들이 많은 실정이다.

삼성은 원칙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술 인력이나 전문분야의 영업력이 탁월한 이들에 대해선 적극 재고용할 방침이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삼성물산의 경우 이미 3~4명이 재취업해 근무하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성 계열사에서 10여명이 되돌아와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부문 대표는 "회사를 떠났던 연구개발 인력이 복귀를 희망하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SK 계열사들도 벤처로 떠난 직원들이 다시 돌아오길 원하면 심사를 거쳐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SK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SK텔레콤 SK상사 등 각 계열사들은 자체 인사규정에 따라 독립적으로 직원을 선별 채용하고 있지만 회사를 떠난 이들에게도 똑같은 취업기회를 준다는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SK측은 최근 최태원 SK(주)회장이 벤처로 떠난 직원이 다시 돌아올 경우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LG는 벤처기업 등으로 이직했던 직원들이 재입사를 원할 경우 개인들의 경쟁력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재입사 대상자가 얼마나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느냐를 따져 재고용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LG 인사담당자는 "필요한 인재라면 다시 뽑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전엔 한번 떠난 직원을 다시 받아 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으나 이젠 필요한 인재라면 재취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쪽으로 사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이용환 전경련 상무는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벤처행을 택했던 이들중 회의를 느낀 이들이 다시 대기업 근무를 원하는 있다"며 "벤처인력의 U턴현상은 당분간 확산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