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삼성차인수에 이어 대우차도 해외매각쪽으로 분위기가 기울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사활의 갈림길에 서게됐다.

재정경제부는 대우차 매각과 관련, 오는 6월말까지 1-2개 우선협상업체를 선정, 8월까지는 매각작업을 마칠 방침이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회견에서 "대우차 문제는 세계자동차산업 재편이라는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한가하게 국부유출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라고 말해 해외매각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자동차가 전자 철강 등과 함께 몇 안되는 한국 대표산업이라는 점에서 해외매각에 거부감을 보이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내부에서도 산업자원부를 비롯한 일부부처에선 장기적인 국가이익이나 산업정책적인 차원에서 신중해야하는 시각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있다.

더구나 자동차산업의 뿌리인 부품산업의 경우 한라공조 덕양산업 만도를 비롯한 대표적인 업체들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미 외국인 손에 넘어간 상황에서 완성차업체까지 차례로 넘어갈 경우 한국차산업은 설자리를 잃게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있다.

일본 니산을 인수한 여세를 몰아 니산의 제휴선인 삼성까지 편입한 르노는 오는 2003년까지 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SM시리즈 차종을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을 10%선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차는 현재로선 GM을 비롯한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빅3중 하나의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GM은 가장 유력한 대우차 인수후보로 자임하면서 한국소비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조성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수입선다변화(일제차직수입금지)해제이후 한국시장탐색을 마친 일본업체들도 하반기부턴 본격적인 한국공략에 나선다.

한국 차업계의 터줏대감격인 현대자동차는 기아를 합쳐 국내시장의 72.2%(99년말 기준)를 차지하고있지만 미.일.유럽 차업계의 3면 공세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있다.

포니신화이후 수출 일변도로 달려온 한국차산업이 "안방"에서도 해외시장에서 처럼 외국업체들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는 본격적인 글로벌경쟁시대를 맞게된 셈이다.

글로벌소싱(조달)을 능사로 삼는 외국업체들이 한국시장 장악력이 높아질 수록 국내 부품업체들의 설자리도 비례해서 좁아진다는 중소업체들의 우려도 커지고있다.

자동차산업은 전체 제조업생산의 10.2%(98년도)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일 뿐만아니라 대우차는 국내차시장의 26.7%(쌍용차포함)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의 큰 축이다.

국내산업 전문가들은 대우차의 향방에 따라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좌우된다는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경제의 현상황에서 제조업의 미래가 걸린 자동차산업을 일방적인 여론몰이식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산업정책, 구조조정, 국가경제등의 큰 틀에서 공청회등 종합적인 공론화절차를 지금부터 밟아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