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력유출'' 윤리규범 시급 ]

삼성전자와 일부 벤처기업간 인력이동 관련 분쟁과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삼성전자측의 가처분 소송에다 상대방의 맞소송 움직임까지 있고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대립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결과에 따라서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와는 다르게 지식기반경제경제로의 이행에 있어 노동의 유동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고 기술이 인력에 체화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식기반경제의 또 다른 축인 영업비밀보호나 지식재산권 보호 등과 마찰이 빚어질 소지가 그만큼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향후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런 유형의 분쟁들이 무조건 법정으로 비화된다면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며 인적자본의 훈련과 기술축적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사건은 법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고용문화 및 관행, 그리고 기업의 내부환경 정비 측면에서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바와 같이 이동한 인력들의 종사분야가 동일업종과 경쟁관계인 제품 또는 기술인지, 영업비밀보호법에 저촉되는지, 동일업종에 1년간 종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이 법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는 법원에서 가릴 일이다.

하지만 부정경쟁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 다소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다.

동종업종의 개념, 실질적 침해의 가능성 및 범위, 1년간이라는 획일적 금지기간, 경쟁관계의 판정 등이 산업 및 기술변화의 내용과 속도 그리고 시장구조의 역동성을 고려해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과거 산업사회에서 우리가 익숙했던 종신고용시스템이 급격히 붕괴되는 상황에서 이에 적합한 고용문화나 계약중시 풍토 조성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기업차원에서도 변화된 환경에 걸맞는 영업비밀 보호장치의 마련과 연구인력에 대한 유인시스템 강화를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벤처기업들은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업비밀이나 지식재산권 침해를 동반하는 인력이동은 기술을 중시하는 벤처기업들간에 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정보통신분야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심각한 인력난까지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계기로 벤처기업협회 등 관련단체에서 인력이동 관련 윤리규범이나 지침을 마련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안현실 < 전문위원 ahs@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