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조찬 강연에서 최근 공매도 사건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우풍상호신용금고의 예를 들며 유난히 금융회사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시장은 사소한 일에도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거나 "명망있는 회사도 신뢰를 잃는 순간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금융회사 건전성이 신뢰의 원천임을 강조했다.

우풍사건을 지난 1991년 미국의 살로먼증권 사례와 1995년 베어링은행 파산과 비교한 이 위원장은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위해 특히 내부통제 준수를 역설했다.

그는 국채입찰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밝혀진 후 존망의 위기에 처했던 살로먼증권이 임원진의 전격 경질과 대대적인 쇄신계획을 통해 회생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우풍사건에는 가격조작의 의혹이 있다"고 말해 우풍 경영진에 대한 문책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이와 함께 재벌들의 이른바 "황제경영"을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업구조조정의 원칙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경영지배구조는 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회사가 주주전체의 권익을 외면한채 특정인이 좌지우지한다면 그 기업의 장래는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금융구조조정의 방향과 관련, 이 위원장은 "구조조정은 시장주도로 이미 시작됐다"며 "시장주도 아래서는 정부에 구조조정 일정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그는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의 자금이동 등에서 보이듯 시장의 움직임은 구조조정을 재촉하고 있다"며 총선을 전후해 늦춰지는 기미를 보였던 구조조정에 다시 속력이 붙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고삐를 더욱 틀어쥘 것이라는 암시는 경영진과 노조에 대한 경고발언에서도 엿보였다.

이 위원장은 "구조조정을 반드시 노사합의로 해야 한다면 시장은 그 회사를 선택의 범위에서 제외해 버릴 것"이라며 국민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노조의 반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피동적으로 눈치만 살피는 경영진이나 경직적으로 반대만 하는 노조를 가진 조직은 시장에서 버림받게 된다"며 기업과 금융회사가 스스로 구조조정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