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도쿄주식시장에서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급등해 주식시가총액에서 도요타자동차를 누르고 제3위로 부상했다"

2개월여전 일본의 조간신문들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이다.

그날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은 18조5천억엔.

도요타자동차를 무려 1조엔이상이나 넘어섰다.

I(인포메이션)가 T(트러디셔널)를 제압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떠오르는 인터넷관련산업이 마침내 일본의 얼굴격인 도요타자동차까지도 추월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2개월후인 4월14일.

도요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21조엔을 넘어섰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7조엔선으로 줄어들고말았다.

도요타의 3분의1이다.

소프트뱅크뿐만 아니다.

떠오르는 기업으로 화제를 몰고다녔던 히카리통신을 비롯해 CSK등 인터넷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25년전에도 비슷한 드라마가 벌어졌었다.

지난 72년부터 73년초까지의 주식시장의 과잉유동성으로 산코기선과 신일본제철간의 시가총액이 역전됐다.

종합해운업체의 기치를 내걸고 주식운용 선박매매 제3자 할당증자등에 의한 자금조달로 급성장한 산코기선은 고주가경영의 모델케이스였다.

이에비해 신일철의 경영환경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 같은 상황에서도 신일철은 "철은 곧 국가"라는 자부심으로 가득차있었다.

당시 일본경제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시기였다.

시가총액의 역전극은 신일철로서는 산업구조가 변화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산코전기로서도 주가경영의 발판을 다지는 전기가 됐다.

그러나 시가총액경영을 표방하는 경영자가 계속해서 주가를 컨트롤하는데만 열중하면서 신코전기의 신화는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다.

최근 일본의 인터넷주가도 마찬가지다.

뉴이코노미론에 의한 경기순환론의 변질과 뉴비즈니모델론이 충분하게 검증되지도 않은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에서의 버블은 산업구조의 전환기에 발생해왔다.

지난 2달간의 인터넷주가폭락도 제조업에서 정보통신업으로의 구조전환과정에서 일어났다.

일부기업이나 투자가들에 의해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시가총액이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일부에서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시장의 원칙이 사실로 확인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 dc4.so-net.n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