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도이체방크의 경영자문을 택한 것은 2년여를 끌어온 서울은행 처리 문제를 마감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은행의 명성에 기대어 서울은행의 훼손된 영업력과 대내외 신인도를 복원해 보자는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그러나 서울은행에 쌈짓돈을 넣지도(지분출자), 경영진을 보내지도(경영참여) 않기로 했다.

결과가 나빠도 책임이나 리스크가 없는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금감위는 지난해 미국 JP모건에서도 이런 제안을 받았었다.

그러나 당시엔 시간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더 좋은 방안을 찾는다는 이유로 그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은 김대중 대통령의 질책까지 들은 터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해외매각 실패->외국지분유치 실패->외국인 CEO(최고경영자) 영입실패 등 추진하는 일마다 꼬인 끝에 나온 "악수"인 셈이다.

금융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가 자기 돈을 안넣고 훈수만 두는 자문계약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막고 제대로 정상화시키려면 도이체방크의 지분을 끌어들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은행 애널리스트는 "아시아권에 영업확장을 꾀하는 도이체방크로선 오히려 수업료를 내고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은행의 경영자문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 기업여신 등을 파악하고 교두보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대해 금감위는 세계 최대은행이란 자부심을 가진 도이체방크가 자신없는 일을 맡았겠느냐고 반문한다.

진동수 상임위원은 "일이 잘못되면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도이체방크는 평판에 금이 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서울은행의 자산상태에 비춰 추가 공적자금 투입요구부터 나올 공산이 크다.

서울은행은 1조1천억원에 달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여신을 먼저 청산해 줘야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이체방크의 경영자문이 서울은행에 넣은 6조5천억원의 공적자금 회수를 약속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