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로 출발한 기업을 14년 만에 매출액 1천억원 대의 중견업체로 성장시켰으니 이제 사회와 후배 기업인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을 때가 됐다고 봅니다. 앞으로 당분간 신생 벤처와 중견업체의 바람직한 공생 모델을 만드는 데 전념할 생각입니다"

기라정보통신 강득수 회장(52)은 15개 벤처기업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은 이같은 구상을 실천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말했다.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꼽히는 강 회장은 최근 서울 역삼동에 건물(KMIT)을 새로 구입,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에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 건물은 계측기 등 고가 설비를 무료로 쓸 수 있는 장비 센터와 공용 카페 등 벤처에 필요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 곳에는 네트워크 장비,무선 통신장비,차세대 영상이동전화(IMT-2000) 단말기 등을 개발 중인 기업이 입주했다. 입주업체는 앞으로 총 30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기라정보통신은 입주업체 가운데 희망하는 기업에 20%미만의 지분을 출자하고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

"기라정보통신 입장에서는 뛰어난 첨단 기술을 받고 벤처 측에서는 자금 지원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윈윈 게임"(강 회장)인 셈이다.

강 회장은 또 지난 3월 전문 경영인(한동건 사장)을 영입했다.

"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창업주 혼자만의 힘으로 꾸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강 회장은 해외 전문가인 한 사장을 영입,해외 영업을 맡기로 자신은 신규사업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라정보통신은 다층인쇄회로기판(MLB)과 반도체 검사장비,정보통신 무선장비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테스트 장비는 독일 미국 등에 수출돼 호평받고 있다.

최근 TFT-LCD 모니터와 MP3플레이어를 시판,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ISDN 화상전화기는 국내에서 기라정보통신만이 내놓은 상품.강 회장은 "고향의 부모님께 보내는 효도상품,군대의 공중 전화기등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아이디어도 소개했다.

지금은 해외 자회사와 협력,유럽 표준인 GSM방식의 휴대폰을 개발중이다.

신규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유럽에서 3천만 달러(약 3백50억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해 확보했다.

강 회장은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매출을 지난해 5백50억원에서 올해 1천억원으로,순이익도 1백20억원에서 2백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득수 회장은 중앙대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나왔으며 LG전자의 기술.품질.영업부장을 거쳐 87년 기라정보통신을 세웠다.

"기라"란 이름은 "뛰어나다(기라성같은)"는 우리말,비단처럼 고운결을 가리키는 일본어를 동시에 뜻한다.

받침이 없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데 적합해 선뜻 골랐다고 소개했다.

현재 중소기업협회(PICCA) 부회장,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