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협상 타결로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저가수주 방지를 위해 공동노력키로 합의함에 따라 그동안 원고에 힘입어 세계 조선수주 1위를 달려왔던 국내업계의 가격경쟁력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조선시장의 불안정이 한국 조선업계의 과잉투자와 덤핑수주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끈질기게 주장해온 EU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여기에다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업계가 건조능력을 늘리거나 조업도를 높이는 것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측이 이번 협상에서 대우중공업 삼호중공업등에 대한 한국정부의 보조금지급을 끈질기게 물고늘어짐에 따라 향후 이들 기업의 운신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6개월 주기로 양측의 합의사항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협의회를 개최키로 한 것도 부담이다.

이는 EU측이 사실상 국내 조선업계 동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하겠다는 뜻으로 향후 우리측이 양보해야할 점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우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EU측은 조금만 불만이 있어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는 자세를 갖고있다"며 "수주를 놓고 유럽업체와 맞닥뜨리면 아무래도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업계도 나름대로 얻은게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전체 수주물량은 다소 줄어들지 몰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선박에 수주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채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계는 최신설비를 갖추고 있는데다 납기 설계능력 생산성등이 전반적으로 호조되는 추세를 보이고있어 그 어느때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자체 분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수주가격이 지금보다 5~10%정도 높아지더라도 금액기준 총수주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수익구조는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비록 "울며 겨자먹기"지만 프로젝트별로 유럽업체들과 제휴를 모색하고 공동 기술개발에도 나설 경우 장기적으로 유럽지역을 필두로 한 세계시장에서 안정적인 영업전략을 짤 수있다고 보고있다.

삼호중공업의 정부보조금 지급문제와 대우중공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출자지분 60%에 대해어느정도 양해를 얻은 것도 이번 협상의 성과라는 지적이다.

조일훈 기자 jih@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