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성사에 막후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재계에 강하게 나돌고 있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민간의 이같은 역할을 부인하고 현대 역시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정부간 협상에서 북한측 특사인 송호경 조선 아.태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현대의 대북창구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회장,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김윤규 현대아산사장 등이 최근 잇달아 일본 중국 등을 방문했거나 방문중인 사실을 들어 관련성을 신빙성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박지원 장관과 송호경부위원장의 최근 행적은 이를 뒷받침하는 부분이 많다.

우선 박 장관은 지난 3월 15일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대북특사 임무를 부여받아 3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북한당국과 첫 비밀접촉을 가졌다.

이날은 인사내분에 휩싸여있던 이익치회장이 서울에서 상하이로 출국했던 날이다.

당시 이회장의 방문목적이 상하이 지점 개설이라는 현대증권의 해명과는 달리 현대 내부에서조차 대북사업과 관련된 일이라는 얘기가 강했다.

정몽헌 회장도 당시 미국에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3월17일 이후 상하이 현지에서 이회장 일행과 합류했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이회장은 그랜드 하이얏트호텔 룸6개를 잡아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장관이 베이징에서 송호경 부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낸 4월8일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회장의 행적도 관심사다.

정몽헌 회장은 지난 5일 정주영 명예회장과 함께 일본 도쿄로 갔지만 정 명예회장이 귀국한 7일 동행하지 않았다.

7일 정 명예회장과 함께 귀국한 김윤규사장은 "정회장은 일본에 남아 할 일이 더 있다"고 말했었다.

정회장은 10일 현재 일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사이 베이징을 방문했었다는 소문도 있다.

더욱이 이익치 회장은 7일 귀국한 뒤 곧바로 베이징으로 출국했다가 9일 오후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베이징에서 송호경부위원장과 만났다는 관측이 강하게 나돌고 있다.

한편 지난5일부터 7일까지 정 명예회장과 정회장의 급작스런 방일은 북한 SOC건설과 관련, 일본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을 수행한 김윤규사장은 공항에서 "국내 SOC건설을 위한 일본자본 유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계 일부에서 현대가 북.일수교협상과 관련, 일본이 북한에 지급할 배상금이 북한 SOC투자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일본 정.재계 유력인사들을 만나 사업참여를 타진했을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