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거품론"이 일면서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러시가 주춤하고 있다.

9일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까다롭고 신중한 투자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벤처캐피털들이 늘어나고 있다.

몇몇 창업투자회사들은 제조업이 수반되지 않은 인터넷 업체 등에는 아예 투자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캐피탈 서초지점도 3~4개 인터넷 업체에 대한 평가를 마친 상태지만 최종 투자결정을 미루고 있다.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 지금 투자하는 것이 과연 실익이 있겠냐는 분석 때문이다.

이곳 전호석 팀장은 "거품론에 이어 테헤란밸리 대란설 등 머지않아 실적이 미미한 벤처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될 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섣불리 투자하기보다 좀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들에게 서로 돈을 대겠다고 몰리던 불과 몇 달전의 경쟁적인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한미창업투자의 이영민 수석 심사역도 "요즘 업계에선 최종적인 투자가격 협상이 결렬돼 투자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묻지마 투자"등 벤처투자 열풍이 한창일 때처럼 부풀려진 높은 주당 투자가격을 이제 벤처캐피털들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의 성장가치가 높은 업체들보다 현재의 본질가치가 높은 기업을 잡아야한다는 투자원칙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계 벤처캐피털인 CDIB&MBS의 김형근 투자담당 이사도 "투자 단가가 너무 높아 코스닥에 등록돼도 큰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따라서 공개가 임박한 성숙 단계의 기업에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 초기 벤처기업들을 발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벤처캐피탈협회의 이부호 이사는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더욱 성숙한 벤처투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며 "합리적인 투자가격이 형성되고 시장 전망이 나아지면 다시 투자가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