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약진과 영풍의 좌절"

한덕생명 인수를 둘러싼 상황반전을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SK가 상위권 보험사로 사세를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반면 영풍은 그 기회를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던 영풍그룹이 끝내 한덕생명 인수에 실패한 것은 금감위와 영풍측의 인수가격 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영풍은 처음엔 3백억원 정도의 인수가격을 생각했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설계사들이 이탈하는 등 한덕생명의 영업권과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져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해 왔다.

협상 막바지에 영풍은 1백50억원 이하로 인수가 안되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의사를 밝혔고 금감위는 영풍이 사실상 인수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간주했다.

금감위는 인수협상이 무산되자 SK를 비롯해 LG화재 흥국생명 등에 다시 인수의사를 타진했고 지난 6일 SK만이 2백억원의 인수가격을 써냈다.

금감위 관계자는 "앞으로 SK와의 협상에서 인수가격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해 사실상 2백억원으로 낙찰가격이 정해졌음을 시사했다.

금감위는 아직 최종 실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한덕생명의 순자산부족액이 약 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SK측이 2백억원, 나머지 2천8백억원은 예금보험공사가 채우는 방식으로 협상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

SK가 이번에 사세확장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상위권으로 진입하는데에는 아직도 갈길이 먼 실정이다.

SK생명은 자체 부실을 털어내야 할뿐만 아니라 국민생명 인수에 1천71억원, 한덕생명 인수에 2백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또 SK의 시장점유율을 3개 생보사를 합치더라도 3%에 불과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로서는 처음에 예상했던 인수가격 3백억원에서 물러나 2백억원에 한덕생명을 팔게 됨으로써 헐값매각 시비의 여지를 남겼다.

금감위 관계자는 "고용문제와 국내외에서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자칫하면 투입된 공적자금을 한푼도 회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