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이었다.

리카싱(이가성)등 홍콩 갑부들이 지었다는 멋진 고층 빌딩,압구정동을 연상시키는 왕푸징(왕부정)의 명품 상가,1백m 간격으로 들어선 맥도널드 매장이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가장 놀라왔던 것은 닷컴 광고판.

"마이웹(아적망)닷컴""차이나닷컴"등 컬러풀한 인터넷업체 광고판이 실리콘밸리를 무색케 할 정도였다.

지금 중국의 인터넷 붐은 중국인 스스로 "전광석화"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라는 중관춘(중관촌)에는 하루 평균 3개의 벤처업체가 새로 생기고 서민 월급 서너달치를 모아야 살 수 있는 PC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간다.

후쿤산(호곤산) 중국 소프트웨어협회장은 "해마다 1천여명의 중국계 소프트웨어(SW) 전문인력이 실리콘밸리에서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인터넷 PC방과 유사한 "왕바(망+ bar )"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 한국인 왕바 사업가는 매달 우리 돈 7백만원(중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1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닷컴 광고판이 보여주는 중국은 서구 어느 나라와도 다를 바 없지만 이것이 중국의 전부는 아니었다.

베이징 부근의 관광명소 룽칭샤(용경협)에서 우리는 구태의연한 시스템의 전형을 만났다.

아직 추워서 관광객이 뜸한 이곳에서는 "함진아비 발걸음 옮기듯" 한 걸음 한 걸음이 돈이었다.

더 이상 못 간다며 차를 막던 경비는 10위안(원)을 주자 통과시켰고 50위안이라던 입장료는 흥정끝에 30위안으로 내려갔다.

일행들 입에서는 자연스레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아시아 지역에서 사업하는 외국인들이 느꼈다는 당혹감을 이해하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닷컴 광고판이 보여주는 중국 인터넷 시장의 미래는 화려하지만 당장 중국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곳은 아니다.

이 곳에 있는 한국 사업가들은 대부분 갖가지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국내업체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의 수익금 송출이 어려워 중국법인 본사를 본토가 아닌 홍콩에 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인터넷 시장을 겨냥해 들어온 해외 자금은 40억달러를 넘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찾기 어렵다.

베이징을 떠나며 바라본 화려한 닷컴 광고판에는 룽칭샤의 현지인들 얼굴이 오버랩돼 떠올랐다.

베이징=조정애 정보과학부 기자 jcho@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