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대한 국세청 조사는 정부가 최소한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칼을 빼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통상 창업후 3년간 세무조사를 면제하고 출자자금에 대해서는 출처조사를 배제키로 하는 등 지금까지 지원일변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세무조사는 앞으로의 벤처 정책 방향을 가늠케 해준다.

"지원은 하되 감시의 고삐는 죄겠다"는 쪽으로 벤처정책이 자리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무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일부 벤처기업은 지원자금만 챙기고 고의 부도를 낸뒤 해외로 도피하거나 정보처리업체로 위장하기 위해 대학총장의 직인까지 위조, 충격을 주고 있다.

<> 가짜서류로 지원자금 타내기 =A기업은 95년 2월에 구입한 기계를 최근에 구입한 것처럼 허위 매입세금계산서를 작성, 제출해 과학기술진흥자금을 지원받았다.

더구나 시설자금으로 타낸 이 자금을 회사는 운영자금으로 전용했다.

B사는 기계장치를 구입하지 않은채 가공의 세금계산서만 교부받은 뒤 자금을 타내 사주가 유용, 부가가치세 등 3억원을 추징당했다.

<> 벤처자금 지원받은 뒤 해외도피 =97년 3월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C기업은 같은해 5월 중소기업 구조개선자금 등으로 3억5백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부실경영으로 98년 9월 회사대표는 사업장을 무단 폐업하고 전가족과 미국으로 출국,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기업주가 고의로 부도, 폐업한 뒤 해외로 도피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판매업체인 D사는 더욱 심한 경우.

중소기업 구조조정자금을 타내는데 필요한 정보처리업체로 위장을 위해 모대학 총장의 관인을 위조,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허위계약서를 작성하고 매출 세금계산서도 가짜로 발행받았다.

이 회사대표는 98년 10월 4억6천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뒤 지난해 11월 회사문을 닫고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도주해 버렸다.

<> 지원자금을 기술개발 대신 재테크에 활용 =D사는 98년 5월 중소기업 구조개선사업체로 선정돼 한달뒤 3억4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회사는 이중 1억8천만원을 스스로 상환했으나 1억2천만원은 올들어 이자율이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등 재테크에 활용했다.

이와 함께 가공의 원가를 계상하는 등으로 세금을 탈루했다가 법인세 등 2억원을 추징당했다.

<> 기술개발 대신 회사채무상환에 사용 =다른 유형에 비해 "죄질"은 덜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유형도 가장 많아 자금유용이 확인된 9개 업체중 4개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벤처 자금지원의 본래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에 국세청은 해당 기업을 모두 관련부처에 통보키로 했다.

허원순기자 huhw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