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는 조용한 "혁명"이 이루어졌다.

싯가총액 세계 1위의 자리를 흔들림 없이 지켜 오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1인자의 자리에서 밀려난 날이었다.

MS를 제치고 세계 최대기업의 왕좌에 새롭게 이름을 새긴 기업은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

시스코의 주가는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주당 1.56달러(2.01%) 오른 79.38달러에 마감, 싯가총액 5천7백92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부동의 1인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미 정부와의 반독점재판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으로 0.19달러(0.17%) 하락한 1백11.69달러에 폐장돼 싯가총액 5천7백82억달러에 그쳤다.

시스코는 지난 2월8일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제치고 싯가총액 2위에 오른지 불과 한달여만에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지난 1986년 설립돼 90년 나스닥에 상장된 시스코는 미 기업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싯가총액 1천억달러(97년)를 넘어섰다.

이후 매년 1천억달러씩 늘어 지난해 3천억달러를 돌파했다.

이같은 시스코의 눈부신 비상은 클린턴 대통령이 "세계 경제의 진정한 지도자"로 격찬한 존 T 체임버스(51) 회장의 과감한 "A&D(인수개발)" 전략에서 비롯됐다.

인터넷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격변의 시기에는 과감한 아웃소싱과 인수개발만이 비용절감과 기술력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스스로 개발할 수 없거나 독자개발을 하더라도 채산성이 없는 기술은 아예 송두리째 사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코는 지난해 9월 케이블 통신위성 무선네트워크 등을 통한 인터넷 접속기술을 보유한 코콤을 6천5백만달러에 인수했다.

케이블을 이용한 디지털 비디오 전송기술을 가진 V비트도 1억2천8백만달러에 사들였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웹라인커뮤니케이션스 세렌트와 몬테레이네트워크 등 광네트워크 회사를 잇달아 사들이면서 이들 기업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여타 기업과 시스코가 구분되는 점은 한결같이 피인수 기업의 강점을 최대화해 회사를 내실 있는 효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1993년 9천5백만달러에 인수한 크레센도 커뮤니케이션스를 현재 매출액 70억달러의 탄탄한 기업으로 키운게 대표적 사례다.

그동안 시스코가 인수한 기업은 무려 40여개에 달한다.

체임버스 회장은 올해도 음성과 인터넷 영상을 한데 묶는 서비스의 실현을 위해 20여개 벤처기업을 추가로 인수할 방침이다.

일찌감치 인터넷시대의 도래를 예측한 시스코의 인터넷 경영토대는 세계 어떤 기업보다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인터넷서비스를 하는 1백대 기업중 95%가 시스코 제품을 사용하며 미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의 89%가 시스코의 단골고객이다.

시스코는 주문의 80%를 인터넷을 통해 해결한다.

또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해 연간 8천6백만달러의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장비나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를 관리하면서 2~3년 전만 해도 6~8주가 걸렸던 주문사이클을 불과 1~3주로 단축시켰다.

덕분에 시스코의 재고는 45%나 줄었고 운영비용 절감액도 연간 1억7천5백만달러에 달했다.

미국인들이 수많은 정보기술(IT) 업체 가운데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중 1위로 꼽은 데서 알 수 있듯 직원들에 대한 "확실한" 대우도 시스코의 장점이다.

이 회사는 전체 스톡옵션의 40%를 직원들에게 분배해 이미 2천3백여명의 직원들이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직원들의 이직률도 3% 내로 미국내 기업중 가장 낮은 편이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시스코와 MS가 앞으로 나스닥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며 양사의 경쟁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시스코가 네트워크 장비의 생산공급으로 인터넷 붐의 가장 큰 수혜자인 반면 MS는 반독점 소송에 얽매어 있어 시스코가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