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아시아.태평양정상회담(ASEM)때 지원차량중 일부를 외제차로 쓰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통상문제를 고려한 "고육책"이라는 외교부 설명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경우엔 주최국 차량을 쓰는 게 옳다"는 업계의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교부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작년 우리 기업들이 수출한 자동차는 1백50만대.

이에 비해 수입차량대수는 2천4백대에 불과하다.

유럽이 조선협상이 끝나는대로 자동차 문제를 통상현안으로 들고 일어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는 10월 열리는 ASEM때 유럽 자동차업체들에 마케팅할 기회를 주면 양측간 긴장도 완화되고 국내 업체들의 수출에도 득이이 된다는 주장이다.

국내 업체들은 정부 앞에 대놓고 말을 못하지만 불만이 대단하다.

통상문제는 통상문제고 이 경우엔 관례대로 주최국 차량을 이용하면 그만이라는 것.

수입자동차 전시회도 정부가 지원하는 마당에 ASEM까지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ASEM은 25개국에서 국가원수와 각료,수행원,언론인들이 모이는 자리여서 마케팅에 더없이 좋은 자리다.

자동차 업체들엔 결코 양보하고 싶지 않은 기회다.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

누가 옳다고 하기 힘들다.

차라리 애처롭다는 생각이다.

내집 잔치에 이웃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웃의 태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당초 차량지원을 신청한 BMW 벤츠 등에 의전용 자동차(2백57대)의 절반을 지원하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유럽기업들은 국가원수용 의전차량(26대)중 절반과 나머지 일부만 지원하겠단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당 3천만원에 이르는 감가상각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결국 돈은 덜 들쓰고도 홍보효과는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유럽기업들은 그동안 통상협상에서 한국의 "보이지 않는 수입장벽"을 강조해왔다.

언론과 정부가 하나가 돼 수입차 구매를 반사회적인 행위로 몰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럽차가 한국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것은 "마케팅 부재"때문"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바로 ASEM 같은 행사에서조차 돈을 아끼려는 그런 마케팅 방식에 대해서는 말이다.

정부는 오는 7월 ASEM 지원차량을 최종 결정한다.

어떤 결정이 나올지 궁금하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