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에쓰-오일(옛, 쌍용정유) 부회장이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회장자리에 오름으로써 에쓰-오일이 "전문경영인 김선동 체제"로 바뀌었다.

회사측은 지난해 에쓰-오일이 쌍용그룹에서 분리되면서 명목상 회장을 맡았던 김석원 회장이 물러난데 따른 자연스런 승진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대주주인 아람코가 임명했지만 사실상 오너에 버금가는 "미국형 전문경영인"의 입지를 다졌다"라고 풀이한다.

그동안 아람코는 쌍용그룹에 경영을 위탁해왔던데다 국내사정에도 밝지 않은 만큼 김선동 회장이 거의 전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 김선동 회장은 사장 자리에 오른 지난 91년부터 사내적으론 사실상 최고경영자의 지위를 누려왔지만 인사와 대외행사등에선 그렇지못했다.

하지만 이제 쌍용그룹의 우산에서 벗어난데다 이번에 회장에 등극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톱"이 된 것이다.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옛 기아그룹의 김선홍 회장과 같은 위상"이라고 빗대기도 한다.

김선동 회장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경영체제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쌍용 색깔빼기"의 첫 작업으로 최근 회사명을 "에쓰-오일"로 바꾸기로 확정했다.

조만간 새로운 로고를 확정한후 대대적인 이미지 홍보와 주유소 간판교체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사회내에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수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와 사외이사를 대폭 보강하는등 기업지배구조도 재편했다.

에쓰-오일은 조만간 회사의 장기비전을 새로 공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새로 진출할 만한 사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비관련 산업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회사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선동 회장이 국내 현실에선 보기드문 완벽한 전문경영인의 입지를 확보한 것은 정유산업에 대한 열정과 투쟁의 귀결이라고 업계에선 평가한다.

SK(주)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에 근무하던 그는 지난 74년 정유업 진출을 추진하던 당시 김성곤 쌍용그룹 회장에게 발탁된뒤 쌍용정유의 설립에서부터 지난해 지분정리에 이르기까지 핵심업무를 주도해왔다.

또 지난해 보유 지분을 SK에 넘기려던 쌍용그룹측과 담판을 벌여 아람코가 전면에 등장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