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의 핵인 은행의 동요는 국가경제의 불안을 몰고올 것이란 우려가 높다.

잦은 합병설, 총선뒤 고강도 2차 금융개혁 움직임, 주가폭락 속에 은행 임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서울은행은 해외매각, 위탁경영, CEO(최고경영자) 물색 등이 불발되면서 경영부진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행은 29일 정기주총에서 김현기 행장 직무대행과 김규연 부행장, 홍관의 사외이사 등을 재선임했다.

그러나 이들 경영진은 새 경영진이 선임되는 다음번 임시주주총회까지만 경영을 맡는 임시경영체제에 들어간 셈이다.

열흘째 정식 출근을 못하고 있는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29일 노조와 협의를 벌였으나 성과없이 결렬됐다.

정식업무에 들어가면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갑현 행장의 돌연 사의표명으로 외환은행의 경영차질도 우려된다.

은행주는 최근 시중은행 2천원대, 지방은행 1천원대의 가격이 고착화되고 있다.

주가가 액면가(5천원)의 30~40%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사주를 가진 직원들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가폭락으로 공적자금회수가 어려워져 2차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유상증자, 외자유치 등의 자구책을 엄두도 못낸다.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때문에 은행마다 연 10%를 넘는 고금리로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바쁘다.

최근 시중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앉아서 역마진(금리손해)을 볼 수 밖에 없다.

합병설로 술렁이는 판에 이헌재 재경부장관과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엇갈린 소리를 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재경장관이 올해 대형 합병은 없다고 했지만 이는 총선용 립서비스인 것 같다"며 믿지 않는 분위기다.

얼마전 이 금감위원장은 합병을 통한 대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년부터 예금보호 범위 축소의 여파로 올해안에 은행권의 중대변화가 불보듯 뻔한데 아니라고 해봐야 누가 믿겠느냐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은행들도 자발적인 자구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