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정치활동이 엉거주춤한 상태다.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재계의 정치활동 전담창구인 의정평가위원회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총선 출마자에 대한 노동문제 성향 평가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불과 10여일 남겨두고 의정평가위가 본격 정치활동을 벌이지 못하자 재계의 총선 전 활동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정평가위는 지난달 28일 경제 5단체 상근 부회장과 학계 경영계 법조계 언론계 출신 인사 등 16명으로 구성돼 공식출범했다.

이후 의정평가위는 한 차례(3월21일) 회의를 열었으며 오는 31일 3차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총선 전에 출마자를 평가해 그 결과를 기업인들에게 알릴 것인지를 놓고 의원들간에 찬반양론이 팽팽해 의정평가위 활동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의정평가위의 한 위원은 "친사용자 후보와 친노동자 후보를 구분해 기업들에게 비공개로 알려주더라도 논란이 일 것은 분명하다"며 "이를 우려해 위원들간에 총선 전 정치활동 자체를 놓고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휘영 의정평가위원회 위원장(세계인재개발원 회장)은 지난달 평가위 공식출범 직후 "모든 국회의원 출마자를 대상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마인드,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시각,선거공약과 입후보전 약력 등을 평가해 자료를 총선 전에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의정평가위 구성을 추진한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출범이후 "총선이 임박해 물리.시간적으로 출마자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의정평가활동을 선거이후로 미루는 게 낫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의정평가위의 일부 위원들은 "경총이 총선 전에 무리하게 재계의 정치활동을 추진했다가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구학 기자 cg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