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종합상사로부터 더 배울게 없다. 소프트뱅크나 히카리통신쪽으로 눈을 돌려라"

국내종합상사들은 일본종합상사를 모델로 지난 20여년간 벤치마킹해 왔지만 최근들어 엄무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결별단계에 접어들었다.

해외인터넷기업을 새 모델로 삼으면서 일본상사는 배우지 말아야 하는 대상으로 지목할 정도로 상황이 뒤바뀌고있다.

지난달 21일 SK상사가 기업설명회(IR)때 내놓은 영문 IR 자료를 훑어보던 ING베어링의 한 투자분석가는 "종합상사(General Company)맞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쟈딘플레밍증권에서 온 직원도 "며칠 전 받아 봤던 일본 히카리통신 자료로 착각했다"고 거들었다.

주당 가격이 20만엔(약 2백만원)으로 소니(2만6천엔)보다 10배가량 높은 히카리통신의 사업구조는 SK상사와 유사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똑같다.

히카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통신기기판매, 위성TV, 사무 자동화, 텔레마케팅, 인터넷, 벤처투자, 이동통신사업 등 6개 주력부문으로 구성됐다.

SK상사도 지난해 인수한 SK유통을 통한 휴대폰 단말기 판매, 미국 MBE사와의 제휴를 통한 모빌 오피스사업, 디투디(D to D) 브랜드로 실시중인 통신판매, 인터넷 쇼핑몰 운영과 벤처투자에 이르기까지 히카리와 완전히 일치한다.

상반기중 SK텔레콤과 해외이동통신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소싱과 계열사 해외영업의 창구역할을 담당했던 종합상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올들어 급변하고 있다.

국내 종합상사 일본 법인의 주요 보고사항중 하나가 일본 상사 동향 파악.

신사업 진출내용이나 경영 분석을 통해 향후 유망사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쌍용의 최형진 부장은 "최근에는 일본지사에서 들어오는 보고도 없고 본사에서도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이상 배울게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쓰비시, 미쓰이 등 일본 상사들이 한국의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본격투자를 위해 한국법인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물산의 변신모델 1호는 소프트뱅크 그룹.

소프트뱅크는 세계 각지의 1백20여개 인터넷 업체로 구성된 독특한 경영 컨셉트를 바탕으로 전세계적인 규모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야후, 나스닥 등을 포함한 다수의 선두 기업들과 합작업체를 구성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야후, 이트레이드, ZD네트 등 유수 인터넷 기업의 최대 주주다.

유럽에서는 뉴스 그룹(News Corp)과 비벤디와 합작업체를 구성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올해안으로 분사전략에 따라 20여개의 인터넷 사업부를 분사시키고 1백여개 투자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관리를 맡는 지주회사로 남는다는 계획이다.

케어캠프닷컴(의료서비스), 삼성몰(쇼핑몰), 두밥닷컴(방송), 크레센스닷컴(서적음반 전문몰), 비자캐시(전자화폐), 삼성옥션닷컴(경매) 등이 올해안으로 떨어져 나가는 주요 인터넷 사업부다.

해외 IR에서도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종합상사의 기업모델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인터넷 지주회사를 비교대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의 외국인투자자의 지분은 21%선으로 연초에 비해 8%가량 증가했다.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