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24일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고려산업개발 회장 전보 내정인사를 공식적으로 "백지화"함에 따라 인사를 둘러싼 내부의 갈등이 10일만에 해소됐다.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정몽구 현대회장의 경영자협의회 공동의장직 면직으로 후계구도와 형제간의 역할분담이 보다 명확해졌다.

이날 발표는 일본에서 귀국한 정몽헌 회장이 이익치 회장과 함께 정주영 명예회장의 가회동 새 자택을 방문한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4시5분부터 15분동안 이뤄진 정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간의 면담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익치 회장이 동석했고 정몽헌 회장이 떠난 이후에도 계속 가회동 저택에 머물렀던 사실에 비추어 이 자리에서 "내정인사 백지화"가 논의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자동차쪽에서는 정몽헌 회장의 방문시간이 짧았던 점을 들어 발표 직전까지 내정인사가 수용될 것이란 전망이 강했다.

더욱이 지난 22일 정 명예회장이 전격적으로 청운동에서 가회동으로 이사하면서 청운동 집을 실질적인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게 물려줬기 때문에 자동차쪽에서는 이날 구조조정위의 발표를 예상밖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는 특히 정몽구 회장이 정몽헌 회장과 함께 맡아온 경영자협의회 의장직은 대외적으로 그룹대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후계구도가 보다 가시화됐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현대PR본부 관계자는 "너무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결정으로 표면적으로는 공동의장이었던 정몽헌 회장이 대표자리를 "대행"하게 됐지만 전경련 등 대외적인 행사 내지 회의에 정몽구 회장이 계속 참여할지, 정몽구 회장이 단독으로 수행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자동차부문이 그룹 전체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에만 전념하게 되더라도 현대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는 자동차계열은 오는 6월까지 그룹에서 분리될 예정이고 정몽헌 회장이 관할하고 있는 전자 건설 상선 종합상사 정보기술 등도 오는 2003년까지는 분리될 예정이어서 현대는 3년안에 소그룹으로 각각 분할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 정몽구 정몽헌 회장 역할분담 = 현대가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분야에만 전념토록 함에 따라 정몽헌 회장과의 역할분담도 자연스럽게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제까지 관할이 불분명했던 증권 투자신탁증권 등의 금융부문은 정몽헌 회장쪽으로 "교통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몽구 회장이 맡은 자동차부문에는 현대.기아자동차와 정공.캐피탈 등이 포함돼 있다.

자동차부문은 오는 6월까지 소그룹으로 그룹에서 분리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측의 지분이 많은 현대정공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헌 회장은 그룹 대표로서 전자와 건설 상선 종합상사 정보기술 등을 맡고 있고 곧 증권 투신증권 등 금융부문도 관장하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렇게 되면 중공업(정몽준) 등을 포함한 현대 주력 계열사의 교통정리가 일단락되게 된다.

정몽헌 회장이 관할하는 계열사군이 그룹에서 분리되는 오는 2003년까지는 완전한 분할구도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다만 계열사간 지분구조와 무관하게 정주영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전분야에 걸쳐 지대하기 때문에 자동차소그룹이 분리되는 오는 6월 이전까지 지분정리과정에서 의외의 변수가 돌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재계 일각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