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열풍은 회계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지난해부터 벤처기업 창업이 급증하고 코스닥등록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회계시장은 보기 드문 활황을 누리고 있다.

벤처와 코스닥이 만들어 내고 있는 이같은 "황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형 회계법인들은 벤처담당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회계법인은 일반적인 회계 세무 등의 서비스 제공에만 머물지 않고 벤처기업과 함께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발굴해 사업화시키기도 한다.

회계법인과 함께 개인 회계사들도 벤처시장에 뛰어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세무 및 재무관련 컨설팅 전문,투자자유치 및 전략적제휴 전문 등 한 분야의 전문가임을 내세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계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 벤처특수를 잡아라 =회계법인 관계자들은 IMF사태 이후 밀어닥친 구조조정 물결에 이어 최근의 벤처창업열풍과 코스닥시장 급성장 등이 회계시장의 활황을 만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벤처특수가 일고 있는 것이다.

국내 회계법인 가운데 가장 앞선 대응을 하고 있는 곳은 삼일회계법인.10여개 사업본부에 회계사 IT전문가 등을 포함한 1천4백여명의 인력을 보유한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e비즈니스센터"를 만들어 벤처기업에 대한 인큐베이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일은 e비즈니스센터를 통해 사업아이템 발굴에서부터 세무 회계 법률 투자자유치 및 해외진출에 이르기까지 사업전반에 걸친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창업초기의 신생 벤처기업은 물론 주식시장 상장이나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는 중견 벤처기업까지 모든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e비즈니스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희원 상무는 "삼일이 벤처기업들에 줄 수 있는 것은 질높은 회계 및 세무서비스외에도 삼일이 보유한 탄탄한 국내외 네트워크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다음달엔 이같은 네트워크 접근 기회를 인터넷상에서 가질 수 있도록 벤처다이렉트(www.venturedirect.co.kr)라는 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상무는 "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벤처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찾아 사업화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벤처지원 사례 =삼일의 도움으로 신규 사업영역을 찾고 사업을 준비중인 벤처기업 가운데 화음소(대표 구재을)가 있다.

지난 94년 설립된 화음소는 전자악기 컴퓨터 오락기 디지털토이 등에 쓰이는 사운드 관련 반도체를 설계.제조하는 벤처기업이다.

구재을 사장은 지난달 e비즈니스센터를 찾았다.

삼일측 전문가들과 비즈니스모델 수익전략 등에 대해 토론을 거듭한 끝에 인터넷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하드웨어만을 생산하던 데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 공급하고 이를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과 연결시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한편 삼일외에도 안진 산동 영화 안건 등의 대형 회계법인들 역시 벤처특수를 잡기 위해 뛰고 있다.

이들은 특히 코스닥 등록 예정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등록 대행업무를 통한 수수료 수입은 물론 향후 국내외 자금유치와 감사업무 등의 서비스까지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개인 회계사,전문분야로 승부 =대형 회계법인과는 달리 개인 회계사들 중에는 특화된 전문분야를 무기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도곡동에서 회계사무소를 경영하는 이인구(38)회계사.지난 3~4년간 다른 회계사들처럼 이것저것 일을 맡아오던 그는 지난해말부터 벤처기업들을 상대로 한 세무 및 재무관련 컨설팅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82학번)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학위를 딴 이 회계사는 "지난해부터 KAIST출신 선후배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에 대한 컨설팅서비스를 해주다 보니 최근엔 주위 사람들로부터 벤처전문 회계사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세무 및 재무관련 컨설팅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벤처 회계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투자자문사인 얼라이언스캐피탈파트너즈에 속해 있는 권혁준(31)회계사는 자신의 경쟁력을 투자자유치 및 전략적제휴 부문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이 회사에 들어오면서부터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이 부문에 관한 각종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권 회계사는 "벤처기업 가운데 인터넷기업들에 특히 관심이 많다"며 "투자자유치와 전략적제휴 부문에서 독보적인 전문 회계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