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냐 나비냐"

영국의 경제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시장이 "피라미드와 나비" 두 가지 형태로 급속히 바뀌며,표준모델 선점을 위한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피라미드 형태의 B2B는 여러 동종 기업들이 공동으로 만든 구매자 중심의 사이트를 의미하며,나비 형태의 B2B는 독립적인 거래소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현재 B2B 시장의 대부분이 나비 구조를 이루고 있으나 최근 피라미드 형태의 B2B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등 패러다임 시프트 조짐이 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25일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독자적으로 추진하던 전자상거래 모델들을 포기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시장을 만들기 위해 서로 협력키로 했다.

이 시장은 수만개의 공급업체로부터 2천4백억달러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이 거래되는 대규모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어 지난 2월28일에는 유통업체인 미국의 시어스와 로벅,프랑스의 카르푸 등이 글로벌넷익스체인지(GlobalNetXchange)라는 소매전문 대규모 전자상거래 시장을 구축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장이 연간 8백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3월1일에는 미국의 농업 업체들인 카길과 듀폰,케넥스 하비스트 등이 농작물 판매를 위해 루스터닷컴(Rooster.com)을 구축키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동종 업체들간의 이같은 협력체제는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앞으로 주문량을 예측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 재고 감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협력체제의 목표는 결국 거대기업간 직접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어서 협력업체들이 이 대규모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케 할 수 있다.

또한 부품 등이 부족해지고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 경우 컨소시엄 내의 거대 구매자들이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반면 월마트는 독자노선을 추구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니웰과 셰브론 등도 관련 화학 및 항공부품 정유 가스 등의 전자상거래시장에 독자적으로 뛰어들었다.

B2B 시장이 이같이 극단적인 다른 형태로 전개되는 것은 산업구조에서 영향을 받는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구조 자체가 소규모로 나뉜 수많은 판매자와 몇몇의 거대 구매자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구조"다.

이같은 시장에서는 각 기업들의 협력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는 규모의 생산량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소규모 기업들은 또 컨소시엄 참여 대기업에 의해 쉽게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식품 제지 등 다른 산업의 구조는 "나비 구조"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소규모로 나뉘어져 있는 형태다.

이 형태에서 구매자는 더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구입할 수 있고 판매자는 현금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의 전자상거래 시장 컨소시엄이 성공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도 소규모 기업들의 B2B 시장은 다른 업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유동성을 계속 높여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인츠, 프록터&갬블, 유니레버 등 서로 다른 성격의 50개 생필품 제조업체들이 최근 B2B 사이트를 개설하기로 결정한 것은 B2B의 향후 큰 줄기가 이같은 추세를 탈 것임을 뒤받침한다.

이들 업체는 이 사이트에서 식품원료에서부터 종합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들을 판매할 예정이며, 경매 카탈로그 교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거대한 협력은 결국 모든 종류의 상품들이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시장을 형성, B2B의 표준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