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 "일손 비상"이 걸렸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요란해야 할 전국의 공단이 "구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쓸 만한 기술자들은 썰물처럼 벤처기업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공고나 대학 졸업자들은 중소 제조업체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금 전국의 주요 공단에선 "사람 구함"이란 구인광고만이 쓸쓸한 산업현장을 지키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나일론 플라스틱을 만드는 삼정화학(대표 이석희).

이 회사의 김현배(58) 부사장은 요즘 아침에 공장 대신 아예 한국산업단지공단 인력지원센터로 출근한다.

일손을 구하기 위해서다.

수출물량이 늘어 20여명의 직원을 더 뽑을 계획이지만 사람을 못 찾고 있다.

"나라 전체가 벤처로 난리인데 요즘 누가 중소기업에서 기름때 묻히며 일하려 하겠는가. 간신히 몇명 뽑아 놓아도 2~3일을 못버티고 나간다"

김 부사장은 20~30대의 젊은 직원은 어딜 가도 뽑을 수가 없다고 개탄한다.

실제로 지난 2월중 기협중앙회에 접수된 중소기업의 구인 신청자 수는 2백11명.

그러나 일자리를 찾아달라는 사람은 57명뿐이었다.

구직자보다 구인자가 4배 가까이 많은 셈.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집계한 전국 공단의 지난 1월중 구인자수도 8백51명으로 구직자 7백13명을 웃돌고 있긴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그나마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마저 제대로 쓰지 못하다는 점.

근무조건 등에서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협중앙회는 올 1월중 1백7개 기업에 7백64명의 구직자를 알선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1개 업체 13명만이 채용에 성공했다.

"벤처열풍으로 눈이 높아진 기술자들을 모시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중소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다 보니 수출물량을 수주해 놓고도 납기를 못맞춰 발을 동동 구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반월공단의 D산업은 작년말 10억원 어치의 수출 주문을 받았지만 공장을 돌릴 사람이 부족해 수출을 포기해야할 판이다.

"임원 관리직 할 것없이 모두 밤낮으로 생산라인에 매달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란게 D산업 K사장의 실토다.

중소기업인들은 모처럼 맞은 호경기를 일손이 부족해 놓칠 처지라며 정부 차원에서 뭔가 특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한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벤처기업이라면 팔을 걷어붙이면서도 제조 중소기업들은 너무 나몰라라 한다. 지금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더이상 방치해선 안될 상황이다"(이원호 기협중앙회 부회장)

차병석 기자 chab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