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독점전재 ]

지난해 여름 포드자동차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잭 나세르는 자동차메이커가 아닌 소비재기업에나 걸맞을 비전을 제시했다.

포드의 주가수익률(PER)을 프록터앤드갬블(P&G) 같은 대형 소비재기업 정도로 높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나세르는 원하던 방법대로는 아니지만 목적을 이뤘다.

포드 주가가 P& G수준으로 오르진 않았지만 그 대신 P&G주가가 포드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얼마전 P&G주가는 예상순익이 줄 것이라고 발표한지 하루만에 30%이상 떨어졌다.

P&G도 마침내 회사명에 닷컴이 붙은 주식에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구경제 종목"이 되고 말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우량기업인 P&G는 올 1.4분기 순익이 10~11%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적어도 7~9%는 늘어날 것으로 점친 전문가들을 실망시켰다.

혼비백산한 투자자들은 P&G주식을 투매했고 그 결과 다우지수도 떨어졌다.

같은 업종인 유니레버의 실망스런 실적에 이은 P&G의 실망스런 순익전망치는 투자자들을 구경제 종목에서 더욱 멀어지게 했다.

주가는 반드시 순익때문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포드의 경우 지난 4년간 한 차례도 순익이 줄어든 적이 없으나 주가는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영국의 항공기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도 마찬가지다.

롤스로이스는 3월초에 시장의 예상과 달리,세전수익이 10.8%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도 주가는 8.2%나 하락했다.

BAE시스템스(옛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도 예상을 뛰어넘는 순익과 전자상거래 진출 계획등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떨어졌다.

또 약 2억 파운드의 적자로 고민하고 있는 BAE시스템스는 지난달 수송률이 높은 노선을 고집한 덕에 상당한 결실을 이뤘지만 주가는 4.5% 떨어졌다.

영국에서도 구경제 종목들은 고전하고 있다.

많은 종목들이 87년 주가 폭락 당시보다 더 떨어졌다.

그 결과 최근 런던증시는 FT100지수의 편입종목을 교체했다.

FT100 구성종목에서 퇴출된 스카티시앤드뉴캐슬,화이트브레드(맥주),얼라이드 도멕(음료) 등은 모두 수익기반이 탄탄한 업체들이다.

또 파워젠,테임스 워터(상하수도업체),어소시에이티드 브리티시 푸드,핸슨,임페리얼 타바코도 구성종목에서 빠졌다.

대신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프리서브와 더스(전 스카티시 텔레콤),미디어업체인 EMAP 등이 빈자리를 채웠다.

구경제에서 신경제 종목으로 이동하면서 몇가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은 새로운 기술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고 구경제 기업들도 스스로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이다.

포드는 인터넷으로 부품조달과 판매를 완성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몇몇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온라인으로 부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상점을 개설,이를 몇 년 후 상장시킬 계획이다.

그렇다고 구경제 기업들이 현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기존사업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 한 예로 BAE시스템스는 방위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미국업체를 인수하려 한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떨어져 타격을 받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자신들이 합병타깃이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포드의 주식싯가총액은 현재 4백20억달러 정도로 과거 사상최대치에 비해 40%나 줄었다.

주가하락은 경영진,특히 스톡옵션을 갖고 있는 경영인들의 사기저하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코카콜라를 떠난 아이베스터 회장처럼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1천7백80만달러를 챙긴 사람도 있다.

어쨌든 구경제 기업 총수들이 한가지 위안 삼을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모두가 같은 배를 탔다는 사실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3월17일자>

정리=김용준 기자 dialect@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