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국가채무 규모와 관련, "국가가 갚아야 할 실제 빚은 50여조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힐튼호텔에서 열린 도산아카데미 주최 세미나에서 국가채무 실업 물가 소득재분배 등 경제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날 강연회는 "정확한 실상을 전달하기 위해"라는 이 장관의 설명에도 불구, 한나라당의 경제 실정 공세에 대한 반박성 경향이 짙다.

국가채무가 50조원이라는 이 장관의 말은 4백8조~4백28조원이라는 한나라당 주장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 국가채무 논쟁의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 국가채무가 천문학적 숫자다 =이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기준 국가부채는 지난해말 기준 1백8조원이나 여기엔 국민주택채권과 외국환평형기금 31조6천억원, 세계은행(IBRD)이 산업은행에 빌려준 차관에 대한 정부보증 18조8천억원 등 사실상 국가채무가 아닌 50조5천억원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은 주택은행을 통해 정부가 국민들에게 빌려준 돈으로 떼일 염려가 없고 외평기금은 외환보유고로 쌓여 있으며 산업은행 전대차관도 정부가 이름만 빌려줘 국가채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11.9%인 57조6천억원이라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올해 재정운영과 관련, "예산상 적자규모는 18조원으로 잡혀 있지만 세수확충 등으로 작년 적자규모(13조8천억원) 이하에서 막겠다"고 밝혔다.

또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에 64조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며 "올해는 추가 조성하지 않고 이미 투입한 64조원을 회수해 사용하겠다"고 언급했다.

<> 경기 불균형과 실업이 심각하다 =이 장관은 경기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경기상승 초기단계에 나타나는 현상일뿐 이라고 일축했다.

실업자가 지난 1월말 1백12만명으로 늘어난데 대해선 과거 50만~60만호에 달하던 주택건설물량이 IMF체제 과정서 30만~40만호로 축소된데 주로 기인한 것이라며 올해는 50만호의 주택건설이 예정돼 이같은 계절적 실업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시.일용직 증가 등 고용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실업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규모 공공근로사업 때문으로 분석했다.

<> 물가가 높다 =이 장관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정부대응이 미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국제원유시장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정부 전망처럼 유가가 하락할 것임을 시사해 준다고 말했다.

체감물가가 큰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체감물가는 주관적 수치여서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지난 1~2월중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1.5% 상승에 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현철.김인식 기자 hck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