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소기업이 가스탐지기를 개발, 미국에 수출키로 했으나 수입업체가 요구하는 신뢰성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했다.

한 기업은 탈황설비에 필요한 특수 스테인리스 스틸을 개발했으나 30년의 수명을 보장하는 신뢰성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품의 신뢰성(Reliability)이 수출과 신제품 시장진입에 발목을 잡고 있다.

신뢰성이란 부품이나 시스템이 주어진 환경에서 고장 없이 일정기간 원래의 성능을 유지하는 특성을 말한다.

예컨대 한 제품을 일정기간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확증을 수요자에게 건네줘야 하는데 국내 기업은 이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이같은 기업의 애로를 뒤늦게 파악, 15일 5개 분야별 신뢰성평가센터를 지정하고 본격적인 신뢰성 평가체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 우려할 만한 신뢰성 수준 =수출부터 문제다.

안테나를 생산하는 에이스테크놀러지는 미국 루슨트테크놀러지로부터 수출주문을 받았으나 신뢰성 평가자료에 뒤늦게 대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

현대전자는 호주에 전자교환기를 수출하려 했으나 내구성플래닝 등 신뢰성 평가자료 요구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시스템 구축을 준비중이다.

신뢰성 미비는 국산화 부품의 시장 진입에도 큰 걸림돌이다.

한국중공업이 발전설비에 사용하기 위해 창원특수강에서 제조한 무게목 내열강관을 사다 쓰려 했지만 신뢰성평가 데이터가 없어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에 사용할 2백50억원짜리 대형유압실린더는 국산 제품도 있지만 신뢰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외국에서 수입했다.

<> 신뢰성 확보 필요성 =완제품은 수많은 부품.소재로 이뤄지는만큼 각각 구성품의 신뢰성 미흡은 완제품의 신뢰성 미비로 이어진다.

장중순 아주대 기계.산업공학부 교수는 "특히 제조물책임법(PL법) 시행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제조업체의 위험을 분산시키고 전자상거래를 통한 벤처기업의 부품.소재 수출을 위해서는 신뢰성 확보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RAC(신뢰성분석센터)등 정부 및 민간 기관이 신뢰성 기술업무를 수행, 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해 오고 있으며 일본도 통산성 제품평가기술센터 등을 두고 있다.

<> 정부 대응 =산자부는 기업 제품 신뢰성 평가 체제 구축에 5년간 3천6백8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산자부는 이를 위해 이날 기계(기계연구원) 자동차(자동차부품연구원) 전기전자부품(전자부품연구원) 금속(생산기술연구원) 화학.섬유소재(화학연구소) 등 5개 분야별 신뢰성 평가센터 선정을 마무리했다.

7월부터는 신뢰성 평가가 시급한 유압실린더 인쇄회로기판(PCB) 소형정밀모터 콘덴서 릴레이 등 5개 부품에 대한 신뢰성 평가에 나설 예정이다.

산자부는 신뢰성 인증을 받은 부품과 소재를 위해 신뢰성보험제도를 도입, 위험을 분산시키기로 했다.

업종단체 공제조합을 1차 보험기관으로, 일반손해보험사를 재보험기관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주덕영 기술표준원장은 "신뢰성 평가센터를 국가품질신뢰성센터로 육성해 국가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기자 jh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