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도 월가의 테마 종목은 인터넷 및 정보통신 관련 "신경제" 업종들이었다.

특히 델 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신경제의 향도를 맡고 있는 우량주들이 주말을 힘찬 상승세로 마감하면서 나스닥 지수의 "5K(5,000)벽 돌파"를 견인했다.

"구경제" 종목들 가운데에서는 증권주와 교통주 등이 오름세를 보였다.

증권 주식들은 최근 월가에서 부쩍 나돌고 있는 대형 은행과 증권사간 합병 추진설 등에 힘입어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체이스 맨해튼 은행의 합병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골드만 삭스가 지난 한 주일 동안 11% 뛰어오른 것을 비롯해 찰스 슈왑, 메릴린치, 모건 스탠리 딘 위터 등이 주말 하루에만 최고 10% 이상 치솟았다.

덕분에 증권업종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아멕스 증권 브로커-딜러 지수는 주말 3.6% 상승했다.

운송업종도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 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오름세를 탔다.

반면 석유종목들에는 똑같은 재료가 악재로 다가왔다.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하루 산유량을 2백50만배럴 늘려달라는 미국측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가 터져나오면서 엑슨 모빌,셰브런 등 주요 석유회사 주식들이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무엇보다도 월가에 충격을 안겨준 것은 소비재 주식들의 시름깊은 부진이었다.

특히 대표적인 소비재 회사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의 주가가 지난 4일 이후 나흘 연속 뒷걸음질치면서 39%나 무너졌다.

간판 상품중의 하나인 세제 "타이드"의 수익구조가 비용상승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다는 등의 영업 보고서가 악재로 작용한 탓이었다.

P&G의 몰락은 유사 생활용품 업체인 클로락스와 콜게이트-팜올리브 등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소비재업종 전반에 동반 퇴조 현상을 몰고 왔다.

"다이알 표 비누"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다이알사가 주말인 10일 "예기치못한 판매 부진 및 원료인 석유값 상승으로 인해 올 상반기 영업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은 소비재 주식들의 퇴조 흐름에 결정타를 가했다.

소비재 종목은 전형적인 "구경제 주식"으로 치부돼 온 터여서 투자자들의 반응이 더욱 민감했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