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도 싯가배당 시대가 열린다.

10일 증권사 사장단이 오는 5월 주총 때부터 시가배당을 하겠다고 결의한데 따른 것이다.

증권업계가 선발대로 나섬에 따라 시가배당은 다른 업종으로 급속히 파급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주가 관리의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감하고 있어 영업실전이 호전돼 이익많이 나기 때문이다.

지금 주가는 해당기업 최고경영자의 경영능력을 판단하는 잣대로 자리잡았고 주주들의 주가관리 요구도 매우 거센 상황이다.

<>싯가배당은 주주중심의 경영의 핵심=증권업협회 이상훈 상무는 시가배당제 도입에 대해 "주주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배당을 겨냥한 안정적인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증시 선진국들은 모두 시가를 기준으로 배당을 한다.

우리는 액면가를 토대로 배당금을 산정한다.

배당률이 10%라고 해도 주주들 손에 쥐어지는 돈은 주당 5백원에 불과하다.

액면배당은 법적 근거라기 보다 관행에 따라 이뤄져 왔다.

기업이익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시각차가 배경으로 지적된다.

주주에게 돌려주느니 설비투자나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업체질을 강화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러다보니 주주들의 권익은 무시됐고 투자자에게 배당은 투자동기가 돼지 못했다.

제도적인 모순을 해소하자는 이유도 있다.

현재 주식을 발행할 때엔 시가발행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배당은 액면가로 산정된다.

팔때는 비싼 값을 적용하고 돌려줄 때는 헐값을 적용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증권사들이 총대를 맨 데는 지난해 증시 활황세에 힘입어 올해 천문학적인 이익이 예상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싯가배당 어떻게 하나=사장단 결의 직후 증권사들은 법제팀과 총무팀을 중심으로 시가배당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상법상 배당을 액면가 기준으로 해야하는지,싯가 기준으로 해야하는 규정돼있지 않아 싯가배당을 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순이익 규모와 주가수준에 걸맞는 배당률을 정하기만 하면 된다.

배당률을 이사회 결의후 주총에서 승인받거나 결산기말 주주명부 등재자를 대상으로 주총후 2-3주일후 지급하는 것등은 기존의 액면기준 배당과 같다.

다만 결산기말 종가를 싯가로 채택해 배당율을 계산한다는 점이 다르다.

<>기업차별화 기폭제=증권업계의 이번 결의로 다른 업종에서도 시가배당을 도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주가관리 압력이 가뜩이나 높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먼저 치고 나온 만큼 제조업체들의 참여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시가배당이 정착되면 기업들의 차별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LG증권 강종석 법제팀장은 "배당이 많은 회사와 그렇지 못한 곳의 구분이 명확해 질 것"이라며 "회사로선 자신들의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당성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도 관측된다.

그동안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두자릿수 배당률은 사라지고 대신 배당금 규모가 가치판단의 척도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시가배당이 가져올 가장 큰 영향은 성장성보다 안정성에 촛점을 맞추는 투자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팀장은 "배당은 결국 그 회사의 안정적인 실적을 근거로 한다"며 "따라서 시가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경우 성장성을 토대로 급속 성장한 코스닥시장과 그렇지 못한 거래소 시장의 차이도 많이 메워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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