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이탈리아와 교황청 프랑스 독일등 유럽 4개국 순방을 통해 한국과 유럽간의 "21세기형 교류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고 경제협력과 남북한 냉전종식 문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유럽순방 성과 중의 하나는 김 대통령이 해당 국가 정상들과의 연쇄회담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지역을 정보통신망으로 묶는 "유라시아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 아시아 유럽간 "전자 실크로드"구상은 김 대통령이 먼저 제안하고 유럽정상들이 받아들이는 형식이었다.

정보통신분야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 낸 셈이다.

김 대통령의 세일즈외교도 돋보였다.

김 대통령은 유럽 방문기간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외국인 투자유치에 할애했다.

김 대통령은 방문국 정상회담과 경제인의 접견,경제인 초청 연설등에서 대한(對韓)투자를 역설, 대규모 경제사절단의 방한을 약속받았다.

그 가시적인 성과의 하나로 오는 5월중에 이탈리아 경제인 1백여명이 한국을 방문한다.

특히 이번 김 대통령의 유럽순방기간중에 1백41억달러의 투자상담이 이뤄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수가 총 1백55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할 때 엄청난 금액이다.

또 외자유치와 교역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이탈리아 독일과 중소기업협력선언문을 채택해 중소기업기업간 기술협력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이번 유럽순방은 또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지지기반을 유럽으로까지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 대통령이 방문한 4개국 정상은 한결같이 "대북포용정책이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특히 지난 1월 북한과 수교한 이탈리아는 남북대화 재개와 북한 인권개선 등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대통령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에버하트 디프겐 베를린시장에게 북한방문을 제의하는 등 대북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보였다.

대북문제에서 "베를린 선언"은 하이라이트였다.

남북당국간 대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베를린 선언"은 햇볕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분명히 확인하고 남북관계의 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이처럼 김 대통령의 유럽순방 외교가 "상당한"성과를 거둔 것은 김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을 위해 투쟁해 온 역정이 큰 몫을 했다.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일생동안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면서 고통을 겪은 것을 독일 국민들이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대희년인 올해 예외적으로 김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았다.

베를린=김영근 기자 yg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