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계기로 유럽 기업의 대한(對韓)진출이 가시화됨에 따라 정부는 50만평 규모의 유럽연합(EU)전용공단을 서해안 지역에 조성키로 했다.

김 대통령을 수행중인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바스프사와 르노 등 유럽의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목포 대불공단 또는 군산산업공단 서산간척지등의 한 곳에 50만평 규모의 EU전용공단을 조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들도 외국전용공단 조성을 희망하고 있다"며 "올상반기 중에 공단부지를 확정해 유럽기업을 적극 유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지역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이 거대시장인 중국과 러시아 일본등에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근로자의 자질이 어떤 국가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풀이했다.

현지기업들은 이 공단을 아시아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유럽 기업들은 EU전용공단에서 생산된 건설기계부품을 비롯 자동차 공작기계 등의 부품을 중국등지로 가져가 조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U국가의 기업인들은 유럽을 순방한 김 대통령과 수행원들에게 "양질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투자금액은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서해안지역에 EU전용공단 조성을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 독일 경제인들은 "EU전용공단이 조성되면 한국의 수도권지역에 설립된 20여개 투자법인을 전용공단으로 이전시킬 것"이라면서 "한국에 신규로 진출하는 기업도 전용공단에 입주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EU전용공단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기업들은 벌써부터 한국에 대한 투자의 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베를린=김영근 기자 yg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