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더라도 유가완충자금 지원, 원유에 대한
수입부담금 인하 등을 통해 국내유가를 현수준에서 동결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8일 오후 엄낙용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유가관련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재경부는 "현재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당초 전망했던 배럴당
21~22달러선(두바이산 기준)으로 다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최소한 몇개월간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유가를 현 수준에서 동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오는 27일 석유수출기구 각료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유류가격
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3천5백80억원에 달하는 유가완충자금을
정유사에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입원유에 대해 배럴당 1.7달러씩 부과하고 있는 수입부담금을 인하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 차관은 그러나 이날 차관회의가 끝난 직후에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가격에 그대로 반영한다고 발표, 재경부 안에서 조차 유가대응방안을 놓고
허둥대고 있음을 반영했다.

재경부는 오후 늦게야 이헌재 재경장관이 국내 가격인상은 곤란하다고
밝히자 당초 발표를 뒤집는 내용을 다시 내놓는 해프닝을 벌였다.

국제 유가 상승을 국내 가격에 반영한다는 것은 국내 석유류 가격을
올린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국내 물가상승이 우려되고 기업들도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된다.

재경부는 이런 부담을 고려해 국내 석유류가격 동결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정책기조
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17%포인트
정도 상승하고 무역수지는 10억달러 가량 악화된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