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갖기는 힘들다.

더구나 자기 상표를 단 제품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패션양말을 생산하는 인따르시아 김현제(46)사장.

지난 95년 김 사장이 "인따르시아"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주위 사람들은 걱정어린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만으로도 사업이 잘 되는데 굳이 어렵게 자기
상표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하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충고였다.

당시 김 사장은 OEM방식으로 수출을 꽤 많이 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남의 제품만을 대신 만들고 있을 순 없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었다.

수출관계로 해외출장이 잦았던 그는 이탈리아 브랜드 베네통을 벤치마킹해서
인따르시아라는 이름을 지었다.

인따르시아(intarsia)는 이탈리아어로 섬세함이란 뜻이다.

"일단 잘 나가던 수출부터 중단했습니다. 남의 상표로 수출하면서 자기
브랜드를 키울 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표를 붙인 제품을 팔려다 보니 우선 광고비용
이 만만치않게 필요했다.

어렵게 모은 50억원으로 광고를 내보냈다.

또 광고와 동시에 전국에 뿌릴 50억원어치의 제품을 미리 만들어 두어야
했다.

김 사장에겐 진짜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한꺼번에 1백억원에 가까운 돈을 확보해야 했고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경우엔 그대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1인당 소득 1만달러 시대가 되면 반드시 디자인과 개성을 강조한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의 확신대로 인따르시아는 국내시장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95년 이래로 매년 30%이상씩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엔 2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전국 2백여개 점포에서 인따르시아가 생산한 패션양말이 팔려나가고
있다.

창원 대동백화점 1층 매장의 경우엔 지난해 8억원어치를 팔기도 했다.

수출도 활기를 띠기 시작, 작년엔 미국 중국 스웨덴 등지에 5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김 사장은 올해부터는 수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6백만달러 이상을 내다팔
계획이라고 말한다.

인따르시아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비결은 독특한 브랜드외에도
전문 디자이너 10여명이 만들어내는 남다른 디자인때문이다.

일찍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인따르시아는 최근 또 다른 변화를 위한 준비작업에 힘을 모으고 있다.

오는 5월부터 홈페이지(www.intarsia.co.kr)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10여명의 전문인력을 뽑았다.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인따르시아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전자상거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체 매출의 10%정도를 전자상거래로 일으킬 계획입니다"

인따르시아는 늘어나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경기도 발안에
2천평 규모의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5월부터 가동될 이 공장엔 이탈리아에서 들여올 새 기계 50여대가
설치된다.

이 회사는 올해말 코스닥에 등록하기 위해 현재 벤처캐피털과 투자협상을
진행중이다.

"국내 토종브랜드 인따르시아를 세계적인 상표로 키워 세계인의 발을
정복하겠습니다"

(032)501-7000

< 장경영 기자 longrun@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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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제 사장 약력 ]

<>78년 2월 충남대 졸업
<>81년 8월 원창물산 설립
<>85년 3월 원창실업 설립
<>92년 2월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졸업
<>95년 5월 인따르시아 설립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