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하루이틀 된 일입니까"

일부 창투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일침을 가한 최근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를 보고 한 창투사 사장이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그의 말 속에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을 굳이 끄집어 내 기사화
할 게 무어냐"는 일종의 반감이 배어있었다.

벤처기업을 키우는 핵심세력인 창투사들의 기를 꺾어 "반벤처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였다.

반면 벤처캐피탈협회의 김영준 회장은 "창투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충고로 받아들이겠다"며 "벤처캐피털 윤리강령을 만드는 등 강도높은
자정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창투사 감독관청인 중기청도 창투사의 감독업무를 전담하는 공인회계사를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중진공을 통해 "창투사관리지침"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윤리강령이나 지침을 세우고 회계사 몇 사람을 투입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정부와 언론 모두 창투사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벤처기업은 "능력"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보다는 "돈"있는 창투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금을 움직이고 있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고
"회사"이기 때문이지요. 펀드매니저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자산을
운용합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들은 창투사의 일개 "직원"으로서 업무를 보고 있지요. "익명성"속에 자신을
감출 수 있게 되면 무책임한 행동을 할 여지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름없는 창투사 직원들로부터 주인없는 돈을 거머쥔
벤처기업이 연구개발보다 접대에 신경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흘러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룸살롱에서 흥청망청대는 일부 벤처경영자
들에 대한 비판도 심심찮게 일고있다.

상당수는 창투사에서 받은 눈먼돈으로 얼굴없는 창투사 직원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이름을 내걸고 떳떳하게 펀드를 운용한다면, 회사가
아닌 벤처캐피털리스트의 경력과 능력을 보고 기업이 투자를 유치한다면,
강남 룸살롱에서 밤을 지새우는 벤처기업인들을 보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 이방실 벤처중기부 기자 smil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