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척기 비데를 설치하는 화장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품이나 이를 모방한 제품이 주류인지라 국내 욕실 구조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유레카산업의 임원기(41) 사장은 한국형 비데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는
개인 발명가.

그가 만들어낸 "헬스크린 비데"는 욕실용품 시장에 적잖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지난해엔 연간 1천억~1천5백억원으로 추정되는
내수 시장에서 2%대를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아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에
1억5천만원 가량 내다팔았다.

임 사장은 용인대(옛 유도대학) 유도학과를 나온 체육학도.

대학 시절부터 물건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아 특허청을 제 집 드나들듯
쫓아다녔다.

"특허 자료를 이것저것 뒤지다보니 특허가 될만한 제품을 알아볼 정도가
됐습니다. 그래서 1985년부터 자영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물건을
만들어봤어요. 하지만 맘처럼 쉽지 않더군요"

그는 자동차유리 습기제거장갑을 실용신안으로 출원하고 사업화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당시 수요가 거의 없었던 탓이다.

비데에 관심을 돌린 것은 치질을 앓고 있던 지난 93년.

우연히 써본 비데가 불편해 1년여간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기존 전기식과 기계식의 단점을 뜯어고쳤어요. 전기식의 경우 습기가 많은
한국 화장실에선 감전이나 누전의 위험이 높아 설치 1년안에 40~50% 가량
고장납니다. 기계식은 온도조절이 잘 되지 않아 갑자기 뜨겁거나 차가운 물이
나오지요"

임 사장은 기계식 비데에 냉.온수 일체형 손잡이를 달아 누전 위험이
없으면서 온도와 수압조절이 손쉬운 제품을 만들어냈다.

또 손잡이를 누를 때만 물이 나오는 자동잠금장치를 넣어 경제성을 높였다.

값은 설치비를 포함해 15만원으로 전자식의 20~35%선으로 낮췄다.

이 제품은 98년 미국 LA국제발명전에서 대상과 금상을 받았다.

그는 다음달 디자인과 기능을 한단계 높인 고급형 모델을 선보인다.

값은 22만~25만원.

임 사장은 올해부터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비데 선진국인 일본에 역수출하는 것을 비롯해 미주 지역은 고가 제품으로,
중동과 동남아 지역은 저가 제품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02)477-9797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