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경제 현황을 둘러싸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재경부는 아직 인플레(물가상승) 요인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아 대책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은은 유가 급등과 국제 원자재가격 오름세로 인플레에 대한 선제적
(preemptive)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오는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수 억제를 위해 단기금리
(콜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재경부-한은 시각차 =재경부는 6일 "최근의 경제 동향"을 통해 지난 1월
산업생산이 28%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물가는 1~2월중 작년 동기대비 1.5% 안팎에서 안정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때 아직 인플레 요인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1월중 실업률은 5.3%로 전월보다 0.5%포인트 높아졌으나 계절적
요인을 제외한 실업률은 4.6%로 전월에 비해 0.1% 하락했으며 무역수지도
2월 8억달러 흑자로 돌아서 연간 1백2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할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오규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활발한 창업활동과
정보통신 등 뉴비즈니스가 경기를 주도하고 있다"며 "정보통신 혁명과 대형
할인점 덕분에 물가도 안정돼 미국식 고성장-저물가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빠른 경기회복 추세에 고유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인플레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의 물가 안정세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하락
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라며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소비자 물가는 상당폭
오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유가는 1991년 걸프전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서고 구리
알루미늄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30%이상 올랐으나 원화가치가 오름세를 보여
물가 상승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로 환산한 수입가격이 싸진다.

한은은 또 10%가 넘는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봄철 아파트 가격 인상 등도
인플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 금리인상 논란 =금통위가 지난달 콜금리를 올린 만큼 이번엔 과열조짐에
"경고"를 보내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금리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내달 총선을 앞두고 2단계 금융구조조정 등 금융시장에 불씨가 잠복해
있는 상태에서 금통위가 모험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콜금리 인상 직후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는
당분간 추가적인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가안정에 기여해온 "환율효과"가 힘을 잃어가면서 인플레 압력이 가중
되고 있는데다 수입폭증으로 총수요 관리가 시급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외환은행 경제연구소의 유승선 책임연구위원은 "올 1.4분기중 경제성장률이
9%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등 경기가 강한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라며
"올해안에 단계적으로 1.25%포인트 수준의 추가 단기금리 인상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 강현철.유병연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