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철엔 통상 시중에 돈이 대거 풀리며 물가를 끌어올리는 양상을
보였다.

1987년 12월 13대 대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3저 물결을 타고 그해 경제성장률은 12.3%를 기록, 건국이래 최대호황을
누렸다.

경기안정책이 절실했던 시기였다.

당시 집권당은 정반대의 정책으로 대응했다.

선거를 맞아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며 돈을 푼 것이다.

당시 12월 한달간 풀린 통화는 무려 5조원을 넘었다.

불에다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경제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이듬해인 1988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7.1%로 전년도(3.0%)에 비해 배이상
뛰었다.

5공화국 초반의 물가안정 기조가 무너진 것도 이 때였다.

2~3%대에 머물던 물가는 1988년 이래 89년 5.7%, 90년 8.6%, 91년 9.3%로
폭등세를 거듭했다.

경기도 내리막길을 내달았다.

특히 1989년과 1990년 아파트 가격폭등은 대선전후 시중에 풀려나간 대기성
부동자금이 빚어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대우경제연구소가 1980년~99년중 치뤄진 8번의 총선 및 대선을 대상으로
통화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선거전 3개월간 통화량(총통화(M2) 기준)은
평균 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의 1.3%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1992년 12월 14대 대선의 경우 선거전 3개월새 통화량은 7.7%나 팽창했다.

1981년 3월 11대 총선과 96년 4월 15대 총선때도 각각 3.8%와 3.7%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박용석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선거기간중 한국의 경제지표 움직임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환율 금리 물가
등 금융지표가 크게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경기활황세에 통화를 늘릴 경우
물가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선거기간엔 보다 신중한 통화관리가 필요
하다"고 강조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