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로 3년 임기가 끝나는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연임하게 됐다.

1981년 공정위가 출범한 이후 위원장이 연임하기는 최수병 현 한전 사장
(88년 3월~93년 3월)에 이어 두번째다.

전 위원장은 그러나 김영삼 정부 시절인 97년 3월 위원장으로 임명됐다는
점에서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줄곧 한자리를 지키는 유일한 경제관료가
됐다.

김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전 위원장을 불러 재벌개혁에 대해 물을
정도로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과 함께 재벌개혁을 진두지휘해온
인물로 꼽힌다.

이 장관이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돈 줄을 조여 기업개혁을 촉구했다면 전
위원장은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조사와 상호지급보증 해소를 통해 재벌개혁
을 이끌어 왔다.

전 위원장은 지난해 "병든 기러기가 많으면 혹독한 국제경쟁시대에 살아
남을 수 없다"며 재벌의 선단식 경영 옹호론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98년이후 모두 5차례에 걸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여 1천9백20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것은 직접적인 압박이었다.

그는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 지난해부터 공정위가 기업을 조사할 때 계좌
추적권을 갖도록 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 초안을 만든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는 "기업이 선단식 경영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초일류 경쟁력을 갖춘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도록
하겠다"며 기업개혁의 마무리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검찰 총수로 불리는 전 위원장은 언제 어디에서나 자신은 시장경제주의
자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그 바쁜 가운데서도 "경쟁이 꽃피는 시장경제"를 펴내기도 했다.

성격이 급해 "핏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경제장관간담회나 국무회의에서 서울대 법대 출신 답게 법리에 어긋나는
정책에 가끔 시비를 걸어 동료 장관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 김수언 기자 soo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