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들어왔습니다"

김진호(31) 골드뱅크 사장.

그가 최근 일본 도쿄에서 한국기자들과 만났다.

골드뱅크의 일본 상륙을 앞두고 도쿄에 온 김 사장은 자신이 침체된 일본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물꼬를 터 일본 국민들의 가라앉은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그의 어조는 시종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일단 1백억원을 투자해 오는 3월15일 "골드뱅크 저팬"이란 현지법인을
세울 겁니다. 그리고 한국에서와 똑같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할 거예요.
그럼 아마 일본에서도 인터넷 붐이 일 걸요. 어디 두고 보세요"

골드뱅크는 일본 진출을 위해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마련했다.

한국의 골드뱅크 창립 멤버 6명이 한달 전부터 일본의 하라주꾸에 캠프를
쳤다.

이들은 일본의 인터넷비즈니스 여건 등 시장조사를 마쳤다.

여기서 나온 결론이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일본 시장은 너무 공급자 위주더라구요. 예컨대 금융회사들은 1~2% 금리로
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개인들에겐 17~18%의 이자를 받고 대출해
주지요. 인터넷은 이런 불합리를 확 바꿀 수 있습니다. 소비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는 거지요. 아마 일본 열도가 깜짝 놀랄 겁니다"

인터넷을 무기로 일본시장에 진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김사장의
확신이었다.

그는 이런 배짱도 보였다.

"일본에서 이름난 유통업체인 돈키호테나 OBM 등과 출자협의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골드뱅크 저팬에 들어올지, 말지는 대세와 관계
없습니다. 복이 있으면 들어올테고 복이 없으면 말테지요"

어쨌든 금년말까지 2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내년까진 야후저팬에 대적할
만한 회사로 키우겠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일부 기자들이 "일본에서 인터넷 붐이 일지 않고 있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본 시장을 너무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는 지적을 했지만 김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일본에서도 어쩌면 사기꾼이란 소릴 들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우린 할
거예요. 우리의 시도는 일본 경제를 되살리는 길 일뿐아니라 한국이 임진왜란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한국에서 인터넷 바람을 일으킨 주역중 하나인 김 사장.

그의 "일본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 도쿄=차병석 벤처중기부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