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과 엔화가치하락 등 국제변수에 경상수지 적자와 실업문제가
겹치면서 경제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 경제팀은 금리와 환율정책이 서로 충돌해 정책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IMF 모범국을 자처해온 한국경제가 멕시코의 IMF 3년차때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 경제에 이상징후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생명줄 역할을 해온 경상
수지 흑자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는 30달러대에 육박해 올해 물가와 무역 전선에 암운을 드리운데다
엔저현상까지 가세했다.

지난 1월 무역수지는 4억달러의 적자로 반전된 이래 이달들어 19일까지
1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중이다.

주춤했던 실업문제도 복병으로 떠올랐다.

1백만명 밑으로 떨어졌던 실업자수는 1월들어 1백12만명으로 급증했다.

실업률도 5개월만에 다시 5%선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8월 5.7%를 기록한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0점대(0.8%)의 방어율을 자랑했던 물가마저 꿈틀대고 있다.

금융시장도 난기류에 쌓여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일본 정부보증 엔화표시 부채에 대한 신용등급
을 내린 뒤 엔화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11엔 안팎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환율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투신사 구조조정 등 금융시장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태다.

각 경제주체들도 IMF 이후 졸라맸던 허리띠를 풀어 헤치고 있다.

지난해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12.1% 상승, 96년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질임금도 IMF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나라빚이 1백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선심용 세금감편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정책 충돌 =정부는 최근 어느정도 금리인상을 허용하면서 적정환율을
유지하는 쪽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경상수지를 적자로 돌린 주범으로 지목된 환율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위해 지난 21일 당초 예정됐던 국고채 발행을 취소하고 대신 1조원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했다.

이 덕택에 원.달러 환율은 24일 1천1백40원선을 넘어서며 청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금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한자릿수로 내려앉은지 1주일도 안돼 다시 두자릿수
(10%)를 위협했다.

지난 23일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는 전주보다 각각 0.02%포인트, 0.05%포인트
오른 9.98%와 9%를 기록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주가가 흔들리는 점도 당국의
고민거리다.

정부가 원화가치하락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이 팔자 우위로 돌아서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리-환율-주가"를 잡기 위해 당국이 무게중심을 옮길 때마다 이들 세마리
토끼는 럭비공 튀듯이 움직이고 있다.

시장도 방향을 못잡고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는게 전문가
들의 진단이다.

정부의 시각은 "조심스럽게 지켜 봐야할 시점이지만 비관할 때는 아니다"로
요약할수 있다.

이에따라 경제운용의 큰 틀도 바꿀 필요가 없다는게 기본 입장이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의 과거경험을 볼때 경제안정화가
절실했던 시기에 비경제 논리가 개입해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봉책으로 문제를 덥지 말고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근원적
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현철.유병연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