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IMF(국제통화기금) 3년차 징크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IMF체제 3년째에 접어들면서 경상수지 실업 물가 등 곳곳에 불안한 그림자
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 1980년대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이 IMF 금융지원 3년만에 다시
위기에 빠져들 때와 닮아 갈수 있다는 지적이다.

멕시코는 1982년 12월 IMF와 36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한 이후
긴급경제재건 계획을 내놓고 금융 구조조정과 재정긴축에 나섰다.

이 덕택에 경기가 반짝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으나 구제금융 3년차인 85년
총선과 지방선거를 맞아 위기가 재발됐다.

표를 의식한 델 라 마드리드 행정부가 개혁 프로그램의 고삐를 늦춘 결과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외채가 급증하고 물가 금리도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한국경제에 대해 멕시코의 전철을 밟는게 아닌가 우려
하고 있다.

지난달 4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는 이달에도 수출증가율이 20%대인
반면 수입은 40%가 넘는 폭발적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입구조상으로도 수출용 원자재보다는 소비재 수입이 압도하는 추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0.2%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에는 0.3%로
예상되고 있다.

"3월에는 수업료 인상 등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게
재정경제부의 예상이다.

단기외채도 지난 한햇동안 74억달러 증가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한 나라빚도 지난해말 현재 1백7조원으로 96년말
보다 2배가량 늘었다.

"경제주체들에게 개혁이완 현상이 번지며 경제전반에 거품심리가 만연해
있다"(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위원)는 지적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최근 총선을 앞두고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의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지속될 경우 IMF 3년차 징크스가
남의 나라 얘기가 되리란 보장도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긴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은 "멕시코가 IMF 3년차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우리도 3년차 징크스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수입이 크게 늘어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사회분위기가 흐트러지면서 소득 증가에 대한 욕구가 터져 나올
경우 겉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번져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