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대교 남단 현대고등학교 건너편은 고급 생활소품점과 가구점들의
밀집지역으로 유명하다.

귀에 익은 외국 브랜드부터 디자이너 자신의 이름을 붙인 공방까지 2백m
길이의 거리에는 각종 생활용품 전문점들의 간판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매장은 압구정동 길 초입에 있는 "까사미아"다.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탁 트인 쇼윈도우.

그 안쪽에는 여자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법한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
이 펼쳐져 있다.

누우면 금방 잠에 빠져들 것 같은 커다란 침대, 편안해보이는 소파, 현대적
디자인의 탁자, 정갈한 그릇들.

물건을 사면 행복도 따라 올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까사미아 압구정점은
적어도 2,30대 젊은 주부들에게는 "꿈의 매장"임에 틀림없다.

"자주 오는 편이에요. 꼭 사야 할 물건이 없어도 요즘 침구나 가구의 유행이
어떤지, 신상품은 어떤게 나왔는지 눈구경하러 들르지요. 생활용품 가짓수도
많고 올 때마다 매장의 모습이 달라져 있어 늘 새로와 보입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최진숙씨(34)는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까사미아에
들어와 살림살이 이것저것을 살펴보고 간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에 대한 특별한 안목이 없어 걱정했는데 이 매장의 테마 제안
코너를 보고 어느 정도 해소됐어요.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낼려면 바로 이런
디자인의 제품을 갖다놓아야 겠구나 하는 감이 잡혔어요"

올 봄 내집 장만의 꿈을 이룬 최정아씨(35.서울논현동).

사치스럽지는 않아도 번듯하게 꾸미고 싶었던 작은 욕심을 채워줄 대상을
만났다고 반가워했다.

3백평 크기의 이 점포에서 올리는 연매출은 약 60억원.

웬만한 중소기업에 버금가는 판매실적이다.

그 배경에는 고객을 흡족하게 만드는 이 점포만의 장점이 있음은 물론이다.

먼저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생활제안형매장(Life Style Store)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이상적인 라이프 씬(Life Scene)을 설정하고 그것에 맞는 침대와
가구 커튼 그릇 등 생활용품을 디자인해 판매하는 점포를 말한다.

고객들에게 "이렇게 사는 것이 어떠냐"라고 제안한다는 점이 기존 침대
전문, 가구 전문 등 품목을 기준으로 팔던 방식과 다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숍이 한창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로 까사미아가 선구자격이다.

현재 압구정 점포에서는 하늘 강 바람 등 몇가지 테마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색깔의 생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늘 신선한 매장도 인기비결중 하나다.

새로운 디자인을 끊임없이 내놓고 한 물건을 같은 자리에 3개월 이상 진열해
놓지 않는다.

또 계절에 한번씩은 매장을 고친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쇼핑백 등을 바꿔 고객들의 눈에
"새로워졌다"라는 인상을 확실하게 심어놓는다.

그러나 신선한 매장을 만들기 위해 1천5백가지에 달하는 아이템을 늘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꿀 경우 엄청난 재고부담이라는 난제에 부딪치게 된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점포들이 갖는 가장 큰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까사미아는 "즉각반응생산"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단 아이템별로 소량 생산해 시장반응도를 체크한 다음 물량을
결정짓는다.

아무리 개발비가 많이 들었어도 반응이 좋지 않다면 과감하게 폐기처분한다.

이 회사의 이현구 사장은 "반응생산 실현을 위해 재고관리에서 판매 배송
고객서비스까지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에는 20억원을 투자한 자동화 물류창고가 준공돼 다음날 배송이
1백%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일등점포의 뒤에는 이처럼 공격적인 상품개발과 철저한 관리 그리고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숨어 있는 것이다.

< 설현정 기자 sol@ ked.co.kr >

< 성공 포인트 >

1. 고객의 감성에 직접 호소하는 생활제안형숍

2. 끊임없는 상품개발로 매장의 신선도 유지

3. 최첨단 QR(Quick Response) 시스템 구축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