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호텔롯데의 작은 세미나룸.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엔 역사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서려있었다.

현대기술투자가 만든 투자조합 "바이오텍 펀드 1호"를 결성하는 총회
자리였다.

이 조합은 한국 최초의 바이오테크놀로지(생명공학) 전문 투자조합이다.

규모는 50억원.

1조원짜리 대형 펀드까지 등장하는 요즘 상황에선 조촐한 펀드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바이오 기술을 산업화시키는 데 앞장서겠다"며
생명공학 분야의 권위자인 생명과학연구소 한문희 박사가 운을 뗐다.

그는 투자심의위원으로 참여했다.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이룬 터보테크의 장흥순 사장은 "IT와
바이오를 접목시킨 새로운 사업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터보테크는 5억원을 출자했다.

현대기술투자 이영일 사장은 "초기 생명공학 벤처에 집중 투자해 바이오
사업에 불을 지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바이오는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IT(정보기술)를 대체할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규모는 올해 1조1천억원에서 오는 2013년에는 15조원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코스닥에서도 바이오칩은 새로운 테마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22일 코스닥에서 첫 거래된 질병진단용 DNA칩 개발업체 마크로젠의 매매
기준가는 9천원(액면가 5백원).

매출액 7억4천만원에 경상이익 1백만원(99년6월 결산 기준)이라는 실적을
감안하면 대단한 가격이다.

그만큼 바이오 산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벤처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한국도 이제 세계 기술의 발전 추세를 발빠르게
쫓아가고 있다.

하지만 잊어선 안 될 사실도 있다.

바이오는 벤처열풍을 몰고 온 IT 등과 기본적인 속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가지 바이오 기술이 개발되려면 장기간의 연구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통.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 인터넷이나 IT쪽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새로운 금광을 찾았다는 식으로 성급히 덤벼들었다가는 결코 좋은 결실을
맺기 힘들다.

이날 의욕적으로 출범한 이 펀드가 한국의 바이오 산업을 일으키는 불씨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 서욱진 벤처중기부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