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대우차 폴란드공장만 인수하겠다는 입장에서 대우차 국내외
공장을 일괄인수하는 쪽으로 대우인수 전략을 완전히 틀었다.

물론 자판과 쌍용차 대우차 보령공장도 포함된다.

현대는 대우차를 독자적으로 인수하는 것이 앞으로 본격화될 세계자동차
재편 과정에서 입지를 확보하는데 절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같다.

또 대우차를 사들이는데 필요한 자금동원에도 무리가 없다고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자금면에서 현대는 지난해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포함해 약 1조3천억원
정도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부채비율을 1백59%로 끌어내려 추가로 차입할 수 있는 금액이 2조5천억원
정도에 이른다.

대우차 인수에 들어가는 자금이 모두 5조~6조원 정도라는 것이 일반적
계산이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현대의 자금능력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실제 돈이 들어가는 시기가 연말이나 내년쯤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대와
기아의 순이익 1조원(예상) 가운데 상당부분을 대우차 인수에 투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는 따라서 이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자사가 대우차를 인수해야 한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업체가 인수하면 수출이 줄고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자사가 입찰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우와 차종이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별도의 플랫폼 개발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시너지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년에 2개 차종을 개발한다고 했을때 연간 4천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현대는 독자인수 방침에도 불구하고 해외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생존을 위해서는 제휴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통설이다.

따라서 현대는 대우차 인수에 나선 유일한 국내업체라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전략적 제휴까지 연결시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쓰비시와의 제휴강화도 이같은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즉 현대 입장에서 대우차 인수는 단순히 세계자동차업계의 질서재편에 적극
참여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현대차의 자체 생존과 직결되는 절박한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가 현대의 단독인수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독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존재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현대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용준 기자 juny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