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최근 서울 남대문세무서 자리에 민자를 유치하는 개발계획을
세웠다.

도심 한가운데 1천3백평이나 되는 값비싼 땅을 깔고 있는 74년짜리 3층
건물을 헐어 국가재산의 값어치를 살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몇군데 노는 땅이나 신축 부지에 여러 정부기관이 함께 쓸 합동청사
를 마련하는 정도만으로는 국유 부동산을 재대로 활용한다고 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또 도심 요지의 오래된 관공서 건물을 헐고 민간자본을 유치, 빌딩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다.

2백조원에 육박하는 방대한 국유지를 제대로 개발, 활용하기 위해 민간
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어떨까.

이를 위해 정부 부처간, 기관간 적극적인 전략적 제휴도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획예산처와 감사원이 업무 제휴를 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데도 막연히 놀리는 국유지 소유기관을
적발해 내고 예산처는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공공성을 살리면서 민.관이 함께 쓸 공동건물을 건립, 생산성을
높이고 고정경비를 절감하면 오히려 다른 예산을 늘려줄 수도 있다.

성과급을 주는 셈이다.

노는 땅을 방치하거나 민간이 무단 점유해도 손을 못대면 징계를 내리되
획기적인 청사부지 개발계획을 내놓을 때는 담당자에게 상여금을 듬뿍 주는
것도 생각해봄직 하다.

민간의 인센티브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국유지 관리문제도 마찬가지.

재정경제부가 전체적으로 관리한다지만 실질적인 관리업무는 각 부처로
나뉘어져 있고 이는 다시 시.도를 거쳐 시.군.구로 흩어져 있다.

이런 실정에서 "우리 땅"이라는 주인의식이 나올 리가 없다.

이 경우에도 기업의 분사 취지를 도입하면 어떨까.

시.도는 중앙정부 업무를 위임받은 기관이고 시.군.구는 시.도 업무를 다시
넘겨받은 곳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분사 기업들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국유지의 소유권이나 관리권과 같은 형식적 권한을
과감히 넘겨 버리고 책임을 지우면 된다.

반대로 책임질 능력이 없는 지자체와 각 중앙 부처의 지방사무소.출장소는
이 권한을 스스로 포기해 중앙부처로 넘기거나 다른 경험많은 기관에 위임할
수도 있다.

정부가 민간부문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보다 효율성이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끼리 전략적 제휴나 분사같은 다양한 방법론을 본받을
수 있겠다.

<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