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벤처투자팀 김형진(40) 과장.

은행권에 "벤처투자" 열풍을 몰고온 사람이다.

김 과장은 지난 98년 산은이 벤처투자팀을 국내 최초로 만들 때부터 창립
멤버로 몸담아 왔다.

"앞으로 경제성장의 돌파구는 중소.벤처기업쪽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 판단은 맞아 떨어졌다.

그동안 산은의 벤처투자팀은 41개 벤처기업에 3백76억원을 투자, 지난 17일
현재 1천3백13억원의 수익(평가이익 포함)을 올렸다.

이중 한아시스템, 코네스, 오피콤, 장미디어인터랙티브 등 4개사는 코스닥
에 등록돼 원금의 30배가 넘는 9백16억원의 투자수익을 기록중이다.

은행의 예대마진이 1% 미만인 점에 비하면 벤처투자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인 셈이다.

김 과장의 투자원칙은 거시에서 미시로 접근하는 연역적 방법.

"먼저 유망한 업종을 고릅니다. 인터넷업종을 선택했다면 다시 포털사이트
전자상거래 보안시스템 등 각 분야로 나눕니다. 그리고 그 분야의 최우량
기업을 찾는 방식입니다"

그는 "같은 분야의 회사라면 경영자의 자질과 기술력이 투자기준"이라고
덧붙였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투자유망기업을 찾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찾기"
보다 힘들다는게 김 과장의 경험담이다.

관련정보를 입수하고 기업을 방문하는데 하루종일 매달려야 한다.

유망회사를 찾았다해도 은행의 보수적인 의사결정 때문에 퇴짜를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부도가 나기도 한다.

실제로 41개 기업중 2개사는 부도처리돼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지금은 한창 주가가 뜨고 있는 모 인터넷업체를 추천했다가 불가판정을 받아
포기했던 일도 아쉬운 기억이다.

김 과장은 "기존의 보수적인 대출심사 관행에서 보면 벤처투자라는 것이
무모한 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며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느냐가 벤처
투자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에 2-3개씩 기업을 방문하고도 저녁에는 투자기업에 가서 각종
컨설팅을 해준다.

사후관리 차원에서 무보수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만도 6개나 된다.

"경쟁력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김 과장은 "벤처기업
들도 자금확보에만 신경쓰지 말고 기술력과 가치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은이 자체적인 기술평가력이나 기업분석능력을 갖추지 못했더라면
벤처투자가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벤처투자팀을 유행처럼 만들고
있는 다른 은행에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