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기업채산성도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회복단계에 있는 한국경제가 적잖은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14일(현지시간) 뉴욕상품시장에서
배럴당 30.2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1년 1월 걸프전 이후 9년여만의 최고 수준이다.

국내 원유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걸프전 이후
최고치인 25.65달러로 치솟았다.

이미 1월부터 적자로 돌아서 불안감을 주고 있는 무역수지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 관련부처는 유가가 평균 1달러 오를 경우
무역수지는 10억달러가량 나빠지고 소비자물가는 0.1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는 총수입에서 원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및
경쟁국보다 높은 "석유과소비형" 산업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경제에
치명타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원가 상승으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철강 정유 시멘트 제지 등 에너지 다소비업종과 자동차 타이어 화섬 운송
업계의 원가상승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올해 거시경제정책 목표도 수정이 불기피할 전망이다.

올해 목표치인 경상수지흑자 1백억달러, 소비자물가 상승률 3% 이내는
유가가 배럴당 평균 22달러(두바이산 기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제아래
짜여졌다.

이미 원유가격은 1월평균 23.41달러, 2월 현재까지 평균 24.50달러를 기록해
정부의 예측을 빗나가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최근 유가상승이 겨울철 수요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
하고 있지만 오는 3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연장여부가 불투명
한데다 선진국들의 재고가 감소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민간경제전문가는 "최근 지속되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은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흐트러뜨리고 물가
불안 심리마저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신인도 하락과 외국자본 탈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까지 정부가 면밀히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