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자제품은 해외로 먼저 간다.''

국내 전자업체들이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디지털
전자제품의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디지털 전자제품은 국내외 시장경계가 없는 글로벌 스탠더드 형태를 띠고
있는데다 초창기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는 디지털 제품을 개발한 뒤 선진국 등
해외에서 먼저 출시하고 나중에 내수판매에 나서고 있다.

미국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가 한국 영화관에서 먼저 개봉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들은 설사 국내외에서 같은 시기에 제품을 내놓더라도 해외 판매 비중이
훨씬 더 높은게 일반적이다.

해외우선전략은 내수판매후 수출에 나서던 기존 아날로그 전자제품
마케팅체제와 완전히 다르다.

아날로그 제품은 국내 업체들이 후발주자라는 한계때문에 국산화를 이룬뒤
여력으로 수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국내 디지털 전자제품 경쟁력이 해외 선진업체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수있다.

해외시장을 우선하는 전략 디지털 전자제품중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고선명
(HD) 디지털TV.

삼성전자는 HD 디지털TV를 세계 처음으로 양산, 98년11월 최대 디지털시장인
미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 회사는 1년뒤인 지난해말부터 국내 시장에서 디지털TV 판매에 나섰다.

삼성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국내보다 20배이상 많은 2만대의 제품을
팔았다.

LG전자는 디지털TV를 한국과 미국(제니스브랜드) 시장에서 비슷하게
출시했으나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량이 더 많다.

이 회사는 또 영국 위성방송수신용 디지털TV를 개발, 98년말부터 판매에
나섰다.

이 제품은 한국과 표준이 달라 국내에선 시판되지 않고 유럽시장
공략용으로만 만들어질 예정이다.

DVD(디지털다기능디스크)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삼성과 LG는 이 제품을 97년 국내 및 해외시장에 동시 출시했다.

그러나 내수시장은 IMF체제를 맞은데다 관련 소프트웨어인 타이틀의 부재로
시장이 거의 형성되지 못했다.

반면 유럽과 미국시장에서 꾸준히 판매가 증가, 삼성과 LG는 각각 지난해만
1백만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내수 시장은 10분의 1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오디오로 불리는 MP3플레이어도 비슷한 양상이다.

삼성은 Yepp이라는 브랜드로 제품을 지난해 4월 국내외에서 동시 출시했으나
해외비중이 훨씬 더 크다.

해외에선 40만대의 팔았으나 내수에선 5만대 판매에 그쳤다.

LG전자가 미국 GE사와 함께 디지털 개념을 도입해 개발한 가전제품인
LWO(광파전자레인지)도 수출이 우선된 케이스다.

지난해 10월 개발이후 미국시장에 선보였으며 2만대가량을 팔았다.

내수에선 올해 상반기쯤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제품은 조리 속도를 전자레인지의 3분의 1로 줄였으며 가격대도
1천달러선이다.

기존 전자레인지는 2백달러에 수출된다.

삼성전자는 이와함께 디지털TV 수신용 셋톱박스도 미국시장에 지난해 처음
출시해 8천대가량을 판매했다.

국내시장에선 아직 선보이지 않고 있다.

< 윤진식 기자 jsy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