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회사의 이익단체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가 창립이래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수년간 잇따른 자동차 업체의 부도로 회원사가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어온
협회는 최근에는 "협회장"자리마저 공석인채로 운영되고 있다.

전임 회장인 김태구 대우자동차 사장이 사표를 낸 지난 12월부터 협회장직은
사실상 공석인 상태였다.

신임 협회장을 선출하려면 이사회를 소집해야 하지만 이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이사회는 자동차 3사의 대표로 구성된다.

대우차 사장 가운데 한명이 신임 이사로 등록해야 하는데 현재 대우차
임원선임이 늦어지고 있어 이사회 소집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회장직이 공석이어서 올해 사업계획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며 "부품공용화, 통상문제, 환경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협회의 또다른 고민은 내년 서울모터쇼.

올해 별도의 수입차 모터쇼가 열려 이들이 과연 내년 서울모터쇼에도 참가할
지 미지수이기 때문.

협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해외업체에 내년 서울모터쇼 참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수입차 업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국내외 업체에 동등한 조건을
부여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되어도 협회가 갖고 있는 본질적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회원사 자격에 관한 문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대우 쌍용 삼성차 모두 해외업체로 넘어가는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면 회원사는 현대차와 기아차만 남게 된다.

사실상 "현대를 위한 협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국적을 가진 자동차 메이커로 제한된 자격요건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이것도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가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협회의 이같은 상황은 한국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 김용준 기자 juny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